박규영 "오디션 2번 보고 '오징어게임2' 참여…꼭 하고 싶었다" [인터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 노을 역 배우 박규영
/사진=넷플릭스
배우 박규영이 '오징어게임'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규영은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 인터뷰에서 "이 시리즈의 팬이라 초록색 체육복도 지인을 통해 구해 갖고 있을 정도였다"며 "2번의 오디션을 보고 합류하게 됐다"고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오징어게임' 시리즈는 456억원의 상금을 걸고 456명이 펼치는 목숨을 건 게임을 담은 이야기.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그린다.

박규영은 북에 두고 온 어린 딸을 찾기 위해 돈을 모으는 노을 역을 맡았다. 놀이공원 퍼레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던 중 돈을 벌기 위해 게임 참가자를 관리하는 병사로 참가하게 된다. 이번 시즌에서 참가자들과 대척점에 선 병사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규영은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의 작품을 통해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특히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리즈에서 시원시원한 액션을 선보였고, '셀러브리티'에서는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며 탄탄한 내공을 입증했다.'오징어게임2'에서도 박규영은 노을을 연기하며 딸에 대한 그리움부터 백발백중 명사수의 면모까지 선보인다.

박규영은 "대본을 받고서야 제가 가면을 쓴 핑크 병정이었다는 걸 알았다"며 "참가자 역할도 흥미롭지만, 가면의 역할로 새로운 세계관을 설명할 수 있어서 기대가 많이 됐다. 더욱더 감사한 부분이 있었던 거 같다"고 전했다.

이어 "시즌1이 정말 역대급으로 성공을 했기에 새 시즌에 합류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노을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를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규영과 일문일답
/사진=넷플릭스
▲ 전 세계 1위에 오른 기분이 어떤가.

너무 신기하다. 넷플릭스 시리즈에 여럿 출연했는데, 이 정도 수치는 처음 경험해본다. 실감이 안 난다. 프로모션 단계부터 관계자분들이 기존보다 더 흥미롭고 규모가 있는 이벤트를 준비해주셔서 그걸 경험해보는 거 자체가 새롭고 재밌었다. 외신과도 교류하는 기회가 있었던 게 남달랐다. 기사량이 정말 어마어마하더라.

▲ 참가자가 아니라 병정이었다.2번의 오디션을 보고 참가했고, 대본을 받고서야 제가 가면(핑크 가드, 병정)이었다는 걸 알았다. 오디션을 볼 땐 부분적으로 발췌된 내용만 봤다. 참가자 역할도 흥미롭지만, 가면의 역할로 새로운 세계관을 설명할 수 있어서 기대가 많이 됐다. 더욱더 감사한 부분이 됐다. 시즌1이 정말 역대급으로 성공했고, 그렇게 많은 배우, 스태프가 해주신 노고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무조건 감사했다.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어떻게 소화해야 할까가 저에겐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 어떤 부분을 고민했을까.

캐릭터가 군인이고, 정말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분량이 이해되게끔 하고 싶었다. 제 서사, 정서를 이해시키고 싶었다.

▲ '셀레브리티'의 경우 원톱 주연이었고, 이미 주인공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오디션을 봤다는 게 출연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비친다.

'오징어게임'의 팬이었다. 참가자들이 입는 체육복을 지인들에게 부탁해 구해서 갖고 있을 정도였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은 시리즈고, 그런 작품에 어떤 역할이든 출연하는 게 배우 인생에서 몇 번 없을 기회라 생각했다. 당연히 오디션을 보는 것조차 감사한 일이고, 어떻게든 출연하는 거 자체가 고마운 일인 거 같다.

▲ 노을은 병사들 사이에서도 왕따였고, 참가자들과도 격리돼 있었다. 촬영하면서 외롭진 않았나.

찍으면서 외웠다. 많은 부분을 혼자 촬영했다. 주위에서 '친해졌냐'고 물어보면, 제가 할 수 있는 답이 없어서 '어, 재밌어'라고 하긴 하지만, 게임장에서 촬영은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제가 모든 세트를 직접 보진 못했다. 5인6각만 같이 촬영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둥글게 둥글게' 모두 분리 촬영을 했다. 본편을 보면서 '너무 재밌었겠다' 생각했다. 제가 영희를 본 것도 제작발표회 때가 처음이었다.(웃음)

▲ 배우인데 얼굴을 보이지 않고 촬영한다.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목소리를 키웠다. 핑크색 수트를 입는 게 저에겐 재밌고 신나는 부분이었다. 총기를 사용하는 역할도 처음이었다. 액션 스쿨을 다니면서 자세도 연습했고, 현장에서 지도해주시는 부분도 있어서 많이 배웠다.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핑크 가드를 할 거 같다.

▲ 노을이 게임에 참여하는 계기는 뭘까.

인생에 거는 마지막 기대감이라 생각했다. 노을은 돈이 너무 없어서 차에서 사는 건 아니었다. 집에서 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차에서 지내면서 자신을 어둠으로 몰아넣는 거다. 그래서 자기가 기대하는 어린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시 한번 게임 속으로 참여했다고 보시면 될 거 같다. 작지만 단단하게 덩어리로 뭉쳐 자신을 던지는 거다.

▲ 노을은 탈북자 설정인데, 시즌1의 새벽과 달리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최대한 표준어로 구사하려 했다. 한국 시청자에게 이질감을 덜 하고 싶었고,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해 그 설정을 넣었다. 노을은 삶의 의지가 없는데 단 하나의 실마리가 딸을 찾는다는 거다. 경석(이진욱 분)의 딸을 보면서 '내 딸이 커 있다면 이럴까' 생각을 하는 거 같고, 그래서 저만의 정당성을 부여한 장면들도 있었다. 정서적인 유대감을 심어주는 그림을 소품으로 신청하고, 병실에서의 스킨십이라든지, 제가 좀 더 표현하려고 한 부분이 있다.

▲ 시즌1 탈북자 캐릭터 새벽이를 연기한 정호연이 큰 인기를 끌어 차별화를 고민했을 거 같다. 정호연과는 같은 소속사이기도 한데, 얘기를 나눈게 있나.

캐릭터를 어떻게 정당화시키고,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해야 할지를 이야기했다. 호연이는 '재밌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 말을 했다. 호연에게도 대본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어서 '내가 탈북민이다' 이런 말도 하지 못했다.(웃음)

▲ 노을과 새벽이 이름도 한글 이름이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두 사람이 인연이 있을 거란 추측도 나왔다.

정말 많은 추측이 있었다. 그런 부분을 재밌게 보고 있다. 그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신다는 거니까. 이름은 감독님이 지은 거다. 새벽은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의미로 지었다고 하고, 노을은 어둠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담았다고 하시더라. 저에 대한 설정도 대본대로 나왔다. 이 작품은 게임에 참여하는 자, 진행하는 자,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자 이런 사람들의 앙상블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 시즌2에서는 병사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풀어지진 않은 거 같다.

시즌3에서 충분히 설명되리라 믿는다. 당연히 기대하시겠지만, 더 많은 기대를 부탁드린다.

▲ '오징어게임2'에서 주요 여성 캐릭터 대부분이 '엄마'로 표현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은 있었다.

노을이 갖는 상실의 감정이 딸로 표현된 거지, 그게 '엄마'로만 소구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걸 지켜야 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많은 시청자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시즌3에 유의미하게 설명이 되리라 생각된다.


▲ 직접 참가한다면 '이건 자신있다' 했던 종목이 있었나.

전 공기밖에 못 한다. 제가 게임에 참여한다면 라운드 2에서 죽었을 거 같다. 오래 살지 못할 거 같다.

▲ 캐스팅 기사가 뜬 후부터 반전의 인물이었다.

캐스팅 기점부터 스스로 엠바고를 1년 반 정도 했다.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는데 '난 모르겠다', '기다려봐' 이런 식으로 넘어갔다. 심지어 부모님께도 입을 닫고 살았다.

▲ 왜 이렇게 '오징어게임2'가 인기가 있을까.

음악도, 화면도, 게임도 보면서 즐거움이 있고 그 속에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생각하게 하는 요소가 있는 거 같다. 여기에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존재가 흥행하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 다른 역할을 하게 된다면 어떤 캐릭터가 탐나던가.

프론트맨이 멋있더라. 이병헌 선배가 멋있게 연기해주시기도 했지만, 이번 시즌에서 프론트맨이 가진 반전과 섬뜩함이 인상 깊었다.

▲ 부대장 역을 맡은 박희순 배우와는 극 중 어떤 관계인 건가.

탈북하기 전에 상사였다는 설정이다. 제가 이 게임에 참가하는 것에 제안을 준 분이다. 그래서 어떤 사연을 갖고 살아왔는지, 그리고 살아가는지를 자세히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연민으로 시작해 이 게임에 투입을 시키고, 돈을 벌게 해주는 걸로 도움을 주려 한 거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스토리까지는 괴로운 존재가 된 거 같다.

▲ 대본 보안이 철저했다고 알려졌다. 실제 완성본을 봤을 때 느낌도 남달랐을 거 같다.

시즌2 내용과 시즌3에서 제가 출연한 부분까진 다 알고 있었다. 전체 대본이 어떻게 구현이 되는가, 이런 걸 보면서 저도 시청자의 입장을 보게 됐다. 시즌3에서는 시청자들이 기대하고 궁금해하는 부분들이 모두 풀어질 거라 생각한다. 자세히 말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

▲ '오징어게임2' 캐스팅 후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맞다. 혹시 모르니까.(웃음) 모든 걸 준비해놓으면 뭐든 좋지 않겠나. 영어를 하는 게,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한다기 보다는, 해외 취재진과 직접 소통하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 그런데 이번에 해보니 세밀한 말을 하기엔 부족해서 조금 더 열심히 하려 한다.

▲ 20대 터닝포인트는 '스위트홈'이라고 했다. '오징어게임'은 박규영의 30대에 어떤 의미일까.

그렇게 따지면 30대의 터닝포인트가 '오징어게임' 시리즈가 아닐까. 93개국에서 제 모습을 봐주신다는 게 감사하고 신기하다. 이걸 계기로 분발해서 좋은 모습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 '셀러브리티' 인터뷰에선 '넷플릭스의 딸'이라고 했는데 '아직'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제 맞는 거 같다. '셀러브리티' 이후 (넷플릭스에서) 두 작품 더 캐스팅됐다. 감사하게도 맞는 거 같다. (웃음)

▲ 올해의 목표가 있을까.올해는 더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동안 연이어 작품을 해왔는데, 뒤를 돌아보고 숨 쉬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