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잉구역, 볼만 그 안에 있으면 OK" [최진하의 스코어를 줄여주는 골프규칙 13]

골프의 한 라운드는 18홀로 구성된 여행길이다. 티샷하고 홀아웃하는 행동을 18번하면 끝난다. 이 여정에서 의지할 것이라곤 자신의 기량과 규칙뿐이다.

골프가 다른 스포츠와 구별되는 특징은 이 여행의 길잡이가 곧 골퍼 자신이고, 경쟁자 역시 다른 골퍼가 아닌 자신이라는 점이다. 심판도 곧 골퍼 자신이다. 안내자인 골퍼가 규칙을 많이 알고 있으면 안내서가 풍부해진다. 여행길이 그만큼 재미있어진다.

최진하 전 KLPGA 경기위원장이 2025 시즌을 준비하는 골퍼들을 위해 유용한 13가지 골프규칙을 소개한다.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활용하면 스코어에도 도움이 되는 필살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1. 티잉구역에서는 볼만 그 안에 있으면 된다.

여행의 출발지인 티잉구역은 두 개의 티마커로 표시된다. 골퍼는 반드시 티잉구역 안에 있는 볼을 치면서 홀을 시작해야 한다. 티잉구역 밖으로 나온 볼, 소위 '배꼽 나온 볼'을 치면 2벌타를 받게 되며, 그 잘못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골퍼까지 티잉구역 안에 설 필요는 없다. 볼만 티잉구역 안에 있으면 충분하다.

골퍼의 드라이버 샷 구질에 따라서 티잉구역을 폭넓게 활용하면 스코어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드로우를 치는 골퍼라면 티잉구역의 왼쪽에서 페어웨이의 오른쪽을 겨냥하고, 슬라이스를 치는 경향이 있다면 티잉구역의 오른쪽에서 페어웨이 왼쪽을 겨냥하면 페어웨이에 티샷을 안착시킬 확률이 높아진다.

훅을 치면 위험한 홀(예: 왼쪽이 OB로 설정된 홀)에서는 볼만 티잉구역 안에 놓은 채로 골퍼는 왼쪽 티마커 밖에 서서(그림 참조) 손목의 과도한 코킹 동작을 억제하면서 티샷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 티잉구역에서 헛친 볼이 티잉구역 안에 멈췄다면 다시 티업하라

드라이버 샷은 쇼다. 지난해 US오픈 우승자인 브라이슨 디셈보(미국)는 400야드 이상을 치기 위하여 몸을 극단적으로 불리는 벌크업을 불사하기도 했다. 장타가 모든 골퍼의 로망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티샷을 멀리 힘껏 치려다보면 헛치기도 한다. 1타를 친 것이다. 헛친 티샷이 티잉구역 안에 멈췄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하지 말자. 다시 티업하고 치면 된다. 물론 2타째다.

티잉구역 안이라면 어디라도 그 볼을 옮겨 놓고 칠 수 있다. 헛친 볼이 재수 없다고 생각하면 그 볼을 다른 볼로 바꿔서 티업하여 칠 수도 있다.



3. 카트도로에서는 무조건 구제? 그대로 치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다

현대의 골프코스 디자인에서 카트도로는 골퍼의 이동을 위한 필수적인 구성 요소다. 카트도로는 인공물로서 장해물이다. 호수처럼 극복하거나 도전해야 하는 대상은 아니다. 따라서 카트도로로 인한 방해로부터는 벌타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카트도로로부터 방해가 있다고 하여 유리한 쪽으로 구제를 받을 수는 없다. 반드시 볼로부터 ‘가장 가까운 완전한 구제 지점’ 쪽으로 구제를 받아야만 한다.

가까운 쪽이 가파른 경사지, 러프 속이나 나무 숲속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반드시 그쪽으로 가야 하니 구제 받는 게 오히려 불리하다. 카트도로 위에 있는 볼을 그대로 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또한 볼이 카트도로 위에 있다고 구제를 결정하기도 전에 볼을 먼저 집어 올리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볼은 일단 집어 올렸는데, 구제받자니 플레이할 수 없는 쪽으로 가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볼이 있었던 곳으로 카트도로 위로 되돌려 놓고 치려면 1벌타의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구제받으면 유리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후에 볼을 집어 올리고 구제 절차를 시작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스코어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벌타는 스코어를 올린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4.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 샷으로 카트도로에서 구제받을 수도 있다.
카트도로 왼쪽에 있는 커다란 나무 옆에 볼이 정지했을 때, 오른손잡이 골퍼가 그 볼을 치려면 나무를 안은 상태에서 쳐야 한다. 스탠스는 어색하고, 볼을 제대로 쳐내기도 어렵다. 대신에 왼손잡이로 그 볼을 치려면 카트도로가 스탠스에 걸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왼손잡이 샷이 합리적인 대안이다. 따라서 왼손으로 친다고 하면 생기는 카트도로에 의한 스탠스 방해로부터 벌타없이 구제를 받을 수가 있다. 구제를 받은 후에 오른손잡이 샷이 가능하다면 자세를 바꿔서 오른손잡이로 칠 수 있다.

왼손잡이 샷을 한다고 구제를 받고 오른손잡이로 샷을 하려고 보니 다른 장해물 방해가 있다면 다시 벌타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규칙을 이렇게 까지도 활용할 수 있다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규칙은 골퍼를 돕기 위해서 존재한다. 활용하기에 따라서 그 날의 라운드가 달라진다.



5. 러프의 배수구에 있는 볼을 페어웨이 쪽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
18개의 각 홀은 페어웨이, 페어웨이 옆으로 세미 러프와 러프로 조성되어 있다. 페어웨이와 가까운 러프에 스프링클러 헤드와 같은 장해물이 설치된 골프코스를 흔히 경험할 수 있다. 배수구나 스프링클러 헤드 위에 볼이 정지해 있거나 그러한 장해물이 스탠스에 걸리는 경우에는 벌타없이 구제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제를 받을 때는 한 클럽길이의 구제구역을 설정해야 한다. 한 클럽 길이 안에 페어웨이가 포함될 경우에 볼을 구제구역 안의 페어웨이에 드롭하고 칠 수 있다. 러프에서 볼을 치지 않아도 되기에 엄청난 특혜를 받는 셈이다.

장마철에는 코스가 질척거려 페이웨이에 있는 볼에 대하여 프리퍼드 라이 로컬룰을 적용하는 코스가 많다. 이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한 클럽 길이의 구제구역을 설정하는데, 이 구제구역 안에 세미 러프가 포함될 수 있다. 우드 샷을 치려고 한다면 페어웨이보다는 세미 러프 구역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골프규칙에서는 페어웨이와 러프를 구분하지 않는다. 둘 다 일반구역으로 똑같이 취급한다. 한 클럽길이의 구제구역 안에 페어웨이와 러프가 포함된다면 구제받고 치려는 샷에 더 유리한 곳으로 볼을 드롭하고 치는 지혜를 발휘하자. 이러한 습관이 스코어를 낮춰준다.

/글·그림=최진하 전 KLPGA 경기위원장, <골프규칙을 알면 골프가 쉽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