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로 다시 칠 때 '한클럽 이내 구제구역' 활용하세요 [최진하의 스코어를 줄여주는 골프규칙 13]

골프의 한 라운드는 18홀로 구성된 여행길이다. 티샷하고 홀아웃하는 행동을 18번하면 끝난다. 이 여정에서 의지할 것이라곤 자신의 기량과 규칙뿐이다.

골프가 다른 스포츠와 구별되는 특징은 이 여행의 길잡이가 곧 골퍼 자신이고, 경쟁자 역시 다른 골퍼가 아닌 자신이라는 점이다. 심판도 곧 골퍼 자신이다. 안내자인 골퍼가 규칙을 많이 알고 있으면 안내서가 풍부해진다. 여행길이 그만큼 재미있어진다. 최진하 전 KLPGA 경기위원장이 2025 시즌을 준비하는 골퍼들을 위해 유용한 13가지 골프규칙을 소개한다.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활용하면 스코어에도 도움이 되는 필살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6. 제자리에서 다시 칠 경우에 한 클럽길이의 구제구역을 꼭 활용하자.
한국의 골프코스는 OB가 과다하게 설정되어 있는 편이다. 심지어는 18홀 모두에 OB가 설정된 코스도 있다. 티샷이 떨어지는 곳의 좌우 모두 OB일 경우가 있고, 그린 뒤쪽으로도 OB가 설정되어 있다. 친 샷이 OB로 날아가면 친 곳(제자리)에서 다시 쳐야만 한다. 티잉구역에서 친 티샷이 OB로 날아가면 다시 티업하고 치면 된다. 일반구역이나 벙커, 페널티구역(예: 물이 있는 곳)에서 다시 칠 경우에는 한 클럽길이의 구제구역을 설정하여 볼을 드롭하고 치면 된다.

예를 들어, 나무 뒤에서 어렵게 친 샷이 OB가 나면 나무 뒤에서 다시 샷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친 지점 바로 뒤쪽에 볼을 드롭하고 다시 쳐야 했으나 2019년 규칙부터 한 클럽길이로 설정한 구제구역 안에 볼을 드롭하고 다시 치도록 규칙이 바뀌었다.

한 클럽길이의 구제구역은 대개 드라이버로 측정한다. 반지름이 드라이버 길이인 반 원(그림 참조)이다. 생각보다 넓다. 나무 뒤에 있는 볼이나 스탠스를 벙커 안에 하고 턱에 있는 볼을 쳤는데, 그 볼이 OB가 나면 친 곳을 기준점으로 한 클럽길이의 구제구역을 설정하게 된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서 구제를 받게 되면 다시 치는 샷은 나무 바로 뒤가 아니라 나무 옆일 수 있고, 벙커 턱에서 드라이버 길이만큼 멀어지게 되어 스탠스를 벙커 안에 두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다시 치는 샷은 그린을 바로 보고 공략할 수 있게 된다. 규칙을 유리하도록 활용하여 스코어카드의 높은 숫자를 피할 수 있다.



7. 수리지(소위 GUR) 밖에 있는 볼도 구제받을 수도 있다.
수리지는 볼이 놓여있는 그대로 치면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는 구역으로 위원회가 설정한다. 비정상적인 코스상태의 일종으로 벌타없이 구제를 받는다.

많은 골퍼들이 볼이 수리지 안에 있을 때에만 구제받는다고 잘못 알고 있는데, 수리지 밖에 있는 볼도 구제가 가능하다. 볼은 수리지 밖에 있는데 그 볼을 치려면 스탠스에 수리지가 걸린다든가, 수리지 안에 있는 나무가 스윙구역에 방해가 되어도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제주도 골프코스들은 묘지구역이 플레이가 금지된 수리지로 설정되는 경우(그림 참조)가 종종 있다. 볼은 수리지 밖에 있을지라도 스탠스를 수리지 안에 잡고 서서 치게 되는 경우에는 벌타없이 볼을 페어웨이 쪽으로 옮겨서 구제받고 쳐야 한다. 그

림에서처럼 플레이금지구역에 스탠스를 잡고 서서 치게 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구제를 받고 쳐야 한다. 그대로 치면 2벌타를 받게 된다.

규칙에는 권리를 보장하는 상황도 있지만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 벌타를 부과하기도 한다. 규칙을 아는 만큼 쓸데없는 벌타를 받지 않게 되며, 그만큼 스코어카드도 홀쭉해진다.



8. 벙커에서 샷하기 전에 모래를 고를 수도 있다.

벙커에서 샷을 할 때, 모래를 접촉하는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금지된다. 규칙이 개정되어 모래 발자국 안에 있는 볼도 구제가 된다는데 맞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구제는 여전히 안 된다. 볼이 발자국 안에 놓여 있는 그대로 쳐야 한다. 백스윙할 때 모래를 건드리면 2벌타를 받는다.

벙커에서 모래접촉이 엄격하게 금지된 행동일지라도 샷하기 전에 여유롭게 모래를 정리할 수 있는 경우가 두 가지가 있다. 벙커에서 친 샷이 OB가 나면 벙커에서 다시 쳐야 한다. 이 경우에 벙커를 깨끗하게 정리한 다음에 다시 칠 수 있다. 볼을 친 곳이 벙커 턱에 가까운 모래였다면 한 클럽 길이 뒤의 구제구역 안에 볼을 드롭하고 칠 수 있으니 더 잘 칠 수도 있을 것이다.

볼 두 개가 나란히 정지해 있어서 먼저 치는 골퍼가 방해가 되니 그 볼을 집어 올려달라고 요청하면 마크하고 집어 올려야 한다. 다른 골퍼가 샷한 결과로 벙커가 지저분해졌다면 자신의 볼을 리플레이스하기 전에 벙커를 원래의 상태대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다만 집어 올린 볼은 닦을 수 없다는 규칙(닦는다면 1벌타)을 잊지 말자.


9. 벙커 탈출이 어렵다면 언제라도 벙커 밖에서 칠 수 있다.

벙커의 깊이나 벙커 측벽의 경사는 코스마다 다양하게 조성된다. 요즈음 신설되는 코스의 벙커는 얕아지고 그 경사는 완만하게 조성되는 추세다. 유지 비용도 많이 들고 낭만 골퍼들에게 벌칙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악명이 높은 벙커가 바로 골프 발상지인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에 있는 올드 코스 17번 홀의 그린 좌측에 있는 항아리 벙커(소위 팟 벙커·pot bunker)다. 그 깊이는 2미터가 넘는다. 한때 세계 1위였던 데이비드 듀발도 4타 만에 그 벙커에서 겨우 탈출했을 정도다.
2019년 골프규칙 개정으로 벙커에서 탈출할 때까지 계속해서 벙커 샷을 하지 않아도 된다. 즉, 벙커 안에 있는 볼과 홀을 연결하는 벙커 밖 후방선(그림 참조; 벙커에서 언플레이어블볼을 처리하는 4가지 방법)에 볼을 드롭하고 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댓가는 2벌타, 꽤 혹독하다. 그래돠 초보 골퍼들에게는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고, 친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창피함도 모면할 수 있는 나쁘지 않은 구제 방법이다.


10. 얕은 물에 잠긴 볼을 치고자 백스윙할 때 물을 건드릴 수 있다.

페널티구역에서 볼을 놓여 있는 그대로 칠 때 금지되는 행동은 없어졌다. 일반구역(페어웨이나 러프..)에 있는 볼과 마찬가지로 취급하면 된다. 예전 규칙처럼 물병 등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을 제거할 수 있으며, 예전 규칙과는 달리 낙엽도 벌타없이 치울 수 있다.
물에 있는 볼을 그대로 치려고 할 때, 스트로크를 하기 전이나 스트로크를 하는 과정에서 수면도 접촉(그림 참조)할 수 있고, 지면도 건드릴 수 있다. 또한 페널티 구역 안에 있는 풀을 스윙하면서 건드릴 수도 있다. 2019년 규칙부터는 아무런 제약없이 물 속에 잠긴 볼을 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자. 물 속에 있는 볼을 그대로 칠 수 없는 상황이라면 1벌타를 받고 그 페널티 구역 밖에서 구제를 받고 치면 된다.

/글·그림= 최진하 전 KLPGA 경기위원장, <골프규칙을 알면 골프가 쉽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