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숙박업도 혁신 가능"…日 호텔왕의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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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리조트 스토리숙박업은 혁신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것도 매뉴얼의 나라 일본에서 수십 년째 가업으로 운영해 온 곳이라면 더 그렇다. 호시노 리조트는 그 통념을 깬 기업이다. 윤경훈 류쓰케이자이대 교수가 경영 칼럼니스트 전복선과 쓴 <호시노 리조트 스토리>는 1914년 문을 연 오래된 료칸이 어떻게 일본을 대표하는 리조트·호텔 체인으로 성장했는지 탐구한다.
윤경훈·전복선 지음
예미 / 264쪽|1만8000원
책은 1991년 취임한 4대 사장 호시노 요시하루를 주목한다. 지금의 호시노 리조트를 만든 당사자다. 그전까지 친인척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 회사를 운영했다. 갓 서른 넘은 초짜 대표 호시노는 이런 친척들을 경영에서 배제하는 것을 첫 과제로 삼았다. 가족들과 척지고, 옛 직원들이 떠나는 과정에서도 그는 소신을 꺾지 않았다. 현장 직원을 중심으로 새 조직을 꾸렸고, 시행착오와 변화를 통해 혁신을 이뤄냈다.그는 직원을 경영 주체로 내세웠다. 호시노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뜻하는 ‘플랫한 조직’을 강조했다. 10명 내외의 유닛 단위로 움직이게 했고, 연공서열과 관계없이 원하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해 딱딱한 위계 구조를 허물었다. 누구나 회사를 위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한 것이다.
성역처럼 여겨진 주방엔 프런트 서비스 직원을 투입했다. 주방장을 비롯한 요리사들의 거센 반발에도 그는 단호했다. 리조트 전체가 추구하는 서비스의 핵심을 서비스 담당 직원들이 잘 안다는 취지였다.
일본 거품 붕괴 시기 수많은 리조트가 도산했지만, 호시노 리조트는 살아남았다. 오히려 망해가는 호텔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매너리즘에 갇히지 않고 변화를 도모하며 내실을 다진 덕분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숙박업은 ‘종합예술’이다. 눈앞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이를 위해선 조직 운영이란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돼야 한다. 호시노는 이 숙박업의 본질을 파악했다.
조직의 매니저나 리더급에 있는 사람들이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가 많다. 우리와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하고, 혁신과 거리가 멀어 보였던 오래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미국 기업과 스타트업 사례보다 더 와닿는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