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죽신'에 돈 몰린다더니…5000만원 '마피'까지 뜬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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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까지 등장…인천 집값 7주째 떨어졌다지난해 9월 대출 문턱이 높아진 이후 수도권 중 인천에서 유독 내림세가 가파르다. 인천에서 입주 물량이 많은 편인 연수구 등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이 붙은 단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전반적으로 수요자의 매수 심리가 위축된 데다 수도권 디딤돌(구매)대출 한도를 축소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 집값 하락률, 전국 3배
남동구 등 원도심 하락 주도
송도는 '마피' 매물도 나와
일부 지역 입주 물량 과잉에
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 위축
○인천 8개 구 모두 마이너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인천 집값은 지난해 11월 둘째주(18일 기준) 하락 전환한 이후 7주 연속 내림세다. 이 기간 전국 집값(-0.15%) 하락률의 세 배에 가까운 0.41% 떨어졌다. 수도권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인천 아파트 가격 내림세는 가파른 편이다. 경기도는 12월 넷째주(-0.02%) 처음 하락 전환했는데, 인천은 한 주간 0.10% 급락했다. 전국 16개 시·도 중 대구(-0.11%) 다음으로 하락폭이 컸다.인천 자치구별로도 아파트값 하락이 뚜렷하다. 서울과 경기는 지역별 편차가 심하지만, 인천은 지난해 11월 둘째주부터 8개 구 모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특히 이 기간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내린 하위 10개 지역 중 수도권은 인천 중구(-0.67%)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경남 거제(-1.08%), 대구 서구(-0.88%), 강원 강릉(-0.66%) 등 지방이다.
원도심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중구 운서동 ‘영종금호베스트빌2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1층(2억8000만원)을 제외하면 지난해 들어 가장 낮은 가격이다. 주로 3억1000만~3억5000만원에 매매되던 단지다. 남동구 논현동 ‘유호엔시티1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3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면적이 9~10월에는 3억8000만~3억99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새 6000만원가량 내린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도심 단지는 디딤돌대출 제한 등 대출 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도 속속
연수구 일부 단지는 분양권이 공급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연수구는 송도신도시가 있어 주거 선호도와 인천 내 집값이 높은 지역이다. 2022년 분양한 송도동 ‘힐스테이트레이크 송도4차’ 전용 84㎡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5000만원이 붙은 매물이 나왔다. 올 7월 입주 예정인 단지다. 인근 ‘송도자이더스타’ 전용 84㎡도 마피 2000만~5000만원인 물건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대부분 유상옵션을 더한 가격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실제 매매가는 분양가보다 조금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지난해와 올해 연수구 입주 물량이 비교적 많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연수구에서 지난해 입주한 아파트는 5231가구로 전체 자치구 중 가장 많다. 올해도 3774가구 집들이가 예정돼 있다. 서구(7879가구)와 미추홀구(4005가구) 다음으로 많다. 신규 분양 물량은 뜸하다. 업계에 따르면 올 1~2월 인천 내 새 아파트 공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팀장은 “전체적으로 매수 수요가 감소했고, 분양시장도 가라앉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천을 시작으로 수도권 집값 내림세가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 등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으로 수요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299건이다. 거래가 활발하던 7월(9223건)의 3분의 1 수준이다. 인천은 1758건이 손바뀜해 거래량이 가장 적던 9월(1840건)보다 거래가 감소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