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른다"…간 큰 개미들 9조 뭉칫돈 싸들고 '우르르'

단기급등 베팅하는 개미
레버리지펀드 9조 돌파

작년 하반기부터 지수 하락하자
개인투자자 1년간 2.2兆 순매수
전문가 "증시 변동성 키울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초지수나 종목의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펀드의 설정액이 9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길어지자 단기 반등을 노리고 개인투자자가 뭉칫돈을 넣은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레버리지 펀드로 인한 선물 거래 급증이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레버리지 펀드의 설정액은 이날 기준 9조1064억원으로 집계된다. 사상 최대치다. 2023년 말 5조1535억원에서 지난해 말 9조36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올 들어서도 2영업일간 702억원 늘었다. 개인은 지난해 초부터 이날까지 증시에서 레버리지 ETF를 2조225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들 레버리지 펀드는 대부분 국내 증시의 특정 산업이나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설정액의 85.7%는 국내주식형 상품이고 미국, 중국 등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은 11.3%에 불과하다. 국내외 채권형은 2.1%에 그친다.

국내 증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하향해 주요 상품의 수익률이 수십%씩 손실을 내고 있다. 설정액이 2조5620억원으로 최대인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ETF의 최근 1년 수익률은 -42.26%다.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78.72%),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76.70%), ‘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63.75%) 등 다른 레버리지 ETF 수익률도 부진하다.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은 “증시가 급락하면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멘텀 투자를 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며 “국내 증시가 우하향할 때 이들이 레버리지 펀드를 매수하며 물타기 한 게 지금 상황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레버리지 펀드가 증시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레버리지 펀드는 적은 증거금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위해 선물 거래를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거래 빈도 역시 높기 때문에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