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드디어 '앞에서 1등'…외국인들 쓸어 담은 종목이

새해 달리는 코스닥…외국인, 소부장·배터리 '줍줍'
이틀간 4%…세계 1위 출발

국내 정치불안 해소 전망에
저가 매력 부각…외국인 매수

코스피지수도 2400 돌파 성공
"반등 본격화 판단은 아직 일러
고환율·4분기 실적 둔화가 변수"
고환율, 국내 정치 불안 등의 요인이 겹치며 휘청이던 코스피·코스닥지수가 3일 모처럼 나란히 반등했다. 코스닥지수는 새해 들어 2거래일만 따지면 주요국 증시 지수 중 상승률 1위를 달렸다. 최근 국내 주요 종목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커진 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날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시도하자 국내 정치 불안이 곧 해소될 것이란 전망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

○저가 매력 韓 증시 오래간만에 반등

이날 코스피지수는 1.79% 오른 2441.92에 마감했다. 최근 6거래일 만의 오름세다. 코스닥지수는 2.79% 급등하며 장을 마쳤다. 지수 상승을 이끈 건 외국인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845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43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모처럼 힘을 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2.89% 상승했고 포스코홀딩스(3.6%), SK이노베이션(7.21%), 에코프로비엠(7.11%) 등도 강세였다. 한국 증시는 이날 주요국 증시보다 뜨거웠다. 대만 자취안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0.33%, 0.5% 오르는 데 그쳤다. 전날 미국 S&P500지수는 새해 첫 거래일에 0.22% 하락하며 마감했다.

올해 증시를 개장한 국가만 비교하면 코스닥지수는 최근 2거래일간 4.08% 뛰어 미국 인도 영국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중국 대만 등 주요국 대표 지수 중 가장 상승률이 높았다. 지난해 코스닥지수가 21.74% 하락해 주요국 중 꼴찌를 한 것과 대비된다.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저평가가 심화하자 연초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이 유입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전날 기준 0.87배에 불과했다. 상장사들의 시가총액 합산액이 장부가 합산액에도 못 미친다.

중국 런민은행이 이달 사실상의 금리인 ‘지급준비율’을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 점도 국내 증시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신증권 등 중국 증권사들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과거 인민은행의 춘제(설) 전 운영을 보면 현금 인출 증가에 대비해 유동성을 관리해왔다”며 “지준율이 0.5% 낮아지면 장기 자금 1조위안(약 200조원)가량이 풀리는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를 시도한 가운데 국내 정치 불안이 곧 사그라들 것이란 전망도 증시에 영향을 줬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증시가 5거래일 연속 하락한 반면 한국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안정되는 분위기가 나오면서 증시의 저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2% 이상 오르던 코스피지수는 오후 1시30분께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 중지를 선언하자 5분 만에 15포인트 이상 밀려 상승 폭을 낮췄다.

○“실적·환율이 추세 전환 결정”

증권가에서는 지수가 당분간 바닥을 다지며 반등을 모색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연간 기준 하락 마감하면 다음 해 1월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2022년 한 해 34.3% 떨어졌지만 이듬해인 2023년 1월에는 9.01% 올랐다. 2018년에는 한 해 동안 15.38% 빠진 뒤 2019년 1월 6.01% 반등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은 보통 많이 빠진 다음 해 상반기에 되돌림이 크게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라며 “실적 모멘텀이 좋은 바이오 종목이 반등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여전히 높은 환율 수준과 작년 4분기 기업 실적 둔화 우려가 증시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는 이어졌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상승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외국인 수급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상승장이 본격화하려면 실적 하향 조정 속도가 둔화하고 환율도 더 안정돼야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