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축구 빼고는 다 무서운 중국

중국이 힘을 쏟은 ‘굴기’(우뚝 일어섬) 중에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축구가 아닐까 싶다. 중국은 축구광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로 10년 전부터 전력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에 0-7로 대패하는 등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전혀 다르다. 지난해 말 발표된 세계 상위 1% 과학자 명단에는 중국 본토 연구자 1405명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고 75명이 오른 한국의 19배에 달한다. 기관별로 보면 중국과학원이 미국의 하버드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인공지능(AI), 항공우주,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게 된 이유다.그런 중국이 이번에는 ‘양자 굴기’에 나섰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가 수백 년에 걸쳐 계산해야 할 연산을 수초 만에 할 수 있을 정도로 미래 산업을 좌우할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이미 양자기술 핵심 인력을 5500명이나 확보한 중국은 60개 대학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향후 5년간 미국의 4배인 150억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중국의 인해전술식 인재 확보와 투자 공세를 보면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다. 한편에서는 초저가 제품을 세계 시장에 쏟아내면서, 또 한편으로는 첨단산업의 기술력을 무서운 속도로 쌓아 가고 있는 중국의 두 얼굴이다.

미국의 철저한 견제로 고사할 줄 알았던 중국 반도체산업은 오히려 범용제품에서는 한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테슬라를 턱밑까지 추격한 전기차 업체 BYD는 이제 한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6.6% 늘어난 1330억달러였다. 20년 넘게 한국의 수출 1위 상대국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중국에 무엇을 팔 수 있을지 두려워진다. 물론 중국의 ‘괄목상대’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를 놓고 반도체특별법이 해를 넘겨 국회에 묶여 있는 현실을 보면 헛된 기대인 것 같아 씁쓸하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