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초읽기…亞·유럽 제조업 한파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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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지난달 제조업 PMI 일제히 하락아시아와 유럽 등 주요 국가의 지난달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 업황 전망이 악화하고 있다.
日, 6개월째 침체 국면 이어가
獨, 고용자수 18개월 연속 감소
韓 1월 경기전망, 2년만에 최저
중국 탈출한 기업들, 동남아行
필리핀 등 제조업 경기 상승세
○주요국 기업들 ‘일시 정지’
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의 작년 12월 PMI가 대부분 전달 대비 하락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은 42.5로 전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생산과 신규 수주가 대폭 감소해 당분간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중간재 부문은 지난 1년 사이 가장 급속히 침체했다. 제조업 고용자는 18개월 연속 줄었다. 영국(47)과 프랑스(41.9)도 전달보다 떨어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로존 PMI는 2022년 중반 이후 50을 밑돌고 있다.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주요 제조업 국가도 마찬가지다. 경제 매체 차이신이 발표한 중국의 작년 12월 PMI는 50.5를 기록해 전월보다 1포인트 내렸다. 중국은 관세 부과 전 재고를 채우려는 미국 기업들의 주문으로 11월까지 3개월 연속 확장했으나 정권 교체가 임박해지자 주문이 크게 둔화했다. PMI는 주요 기업 구매관리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 건수, 고용 동향 등을 조사한 체감 지표다. 통상 3~5개월 경기를 선행하는 지표로 쓰인다.외신은 글로벌 경기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한국 경기 지표도 주목했다. 지난주 한국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제조업 업황 전문가 서베이지수(PSI) 1월 전망치는 75로 지난해 12월보다 21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2022년 11월(70) 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의 PSI 전망치가 65에 그쳐 전월에 비해 59포인트 하락한 탓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강력한 관세 정책을 동원할 예정이어서 글로벌 제조업 경기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세안과 인도는 호황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경쟁 상대로 지목해 견제한 중국과 유럽 주요국 등과 달리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은 제조업 경기 확장세가 지속됐다. 저가 제조업 생산 기업의 중국 탈출로 반사 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생산량과 신규 주문이 급격히 증가해 PMI가 전달보다 1.4포인트 오른 54.3을 나타내며 202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도 6월 후 처음으로 PMI가 50을 넘어섰고, 태국 역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마리암 발루크 S&P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수출은 조금 주춤했지만 국내 수요 성장으로 아세안 지역의 경기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PMI도 전달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56.4로 확장 국면이 지속됐다.대만은 주요 첨단 제조업 국가 가운데 예외적으로 확장세가 이어졌다. 신규 수출 주문이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PMI가 5개월 만에 최고인 52.7에 달했다. TSMC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올라탄 덕으로 분석된다.○‘살얼음판’ 미국 경기가 관건
올해 세계 경기의 중대 변수가 될 미국의 제조업 경기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S&P글로벌이 이날 발표한 12월 PMI 확정치는 49.4로 전달 49.7보다 소폭 하락했다. 제조업 생산은 5개월 연속 감소세다. 가계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평균 수준보다 거의 1%포인트를 웃돈다. 지난해 상반기 카드사의 채권 상각 규모가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국채 규모는 3조달러로 추산된다. 채권 전문 자산운용사 핌코의 마크 세이드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 일정 한도를 넘으면 국채 투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