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드론·로봇…신기술로 '스타트업 혹한기' 뚫을 것"

스타트업계 이끄는 '뱀띠 CEO'
200억 투자 받은 곳만 20명 넘어

채명수 "올해 기업공개 도전장"
김영준 "드론 수출 5배 늘릴 것"
임재원 "푸드테크 역량 강화"
“글로벌 드론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입니다. 수출을 다섯 배 늘리겠습니다.”(김영준 파블로항공 대표·1989년생)

“작년엔 회사의 외형을 키웠고, 올해는 기업가로서 연륜을 더 쌓으려고 합니다.”(김하연 나눔비타민 대표·2001년생)푸른 뱀의 해(을사년)를 맞아 뱀띠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이 3일 밝힌 포부다. 지난해엔 투자 혹한기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맨 스타트업이 적지 않았다. 경영난에 시달린 기업들은 직원 감축과 사업 축소를 단행했다. 올해 스타트업은 글로벌 전략과 사업 효율화를 발판 삼아 겨울잠을 끝내고 다시 뛰어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동료와의 신뢰가 경쟁력”

1989년생 중 한국 스타트업 업계를 이끄는 핵심 인물이 많다. 외부 투자만 200억원 이상 받은 CEO가 20명을 넘는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휴먼스케이프의 장민후 대표,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을 세운 차명훈 대표, 인공지능(AI) 모델 최적화 플랫폼을 개발한 채명수 노타 대표, 패션앱 퀸잇 운영사 라포랩스를 공동 창업한 최희민·홍주영 대표,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전문기업 모라이의 정지원 대표 등이다.

채 대표가 이끄는 노타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채 대표는 “상반기 상장이 목표”라며 “최근에 공모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AI와 반도체는 그래도 관심을 받는 분야라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타의 핵심 기술은 온디바이스 AI 모델 최적화다. 엔비디아, ARM, 퀄컴,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채 대표는 “많은 AI 인재가 한국을 떠나 해외 빅테크로 가고 있지만, 믿을 수 있는 동료 문화가 있다면 한국 기업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김영준 대표는 작년을 파블로항공이 글로벌 진출의 초석을 다진 해로 회고했다. 미국 연방항공국(FAA)과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인증을 받아서다. 김 대표는 “올해는 드론 기체 수출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드론쇼와 방위산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파블로항공은 지난해 1068대의 불꽃 드론쇼를 통해 세계 기네스 기록을 경신했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 지난해 500만 판 넘는 피자를 판매했다. 글로벌 매출이 3200만달러(약 470억원)다. 로보틱스를 결합한 ‘고봇 스테이션’,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스마트 토핑’ 등 푸드테크 기술을 개발했다. 임 대표는 “작년은 고피자만의 테크 역량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한 해였다”며 “새해엔 더 월등하게 우수한 맛을 내겠다”고 말했다.

○“해낼 수 있다는 것 입증”

뱀띠 라인의 형님 격인 1977년생은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신호식 트릿지 대표 등이 있다. 창업자는 아니지만 유니콘 기업을 이끄는 박준모 무신사 대표,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도 1977년생이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기술 개발에 집중해 여행업계의 혁신을 선도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여행업계가 도전적인 상황을 맞았는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백 대표는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낸 AI 반도체 스타트업 창업자다. 백 대표는 “지난해는 2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를 출시해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2025년은 위기감을 더욱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생 중엔 이민형 테이바랩스 대표, 김하연 대표 등이 유명하다. 김 대표는 데이터 기반 기부금 플랫폼을 운영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는 회사의 외형적인 확장이 눈에 보여 뿌듯했다”며 “올해는 투자자와의 소통 방식, 인사 등 분야에서 역량을 더 키우겠다”고 말했다.

고은이/황동진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