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내러 와요?"…무안공항 찾은 정치인들, 뭐 하길래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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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항의 받은 여야 지도부…현장에 정치인은 불청객?무안 제주항공 사고 수습이 한창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망자 시신 수습부터, 분향소 마련, 사고 원인 조사 등을 위해 현장에서 많은 분이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매일 현장에서 조용히 유족 곁 지키는 이들도 있어
김은혜, 냉동 컨테이너 설치 위해 밤새 일하기도
"매일 현장 지키는 정치인, 사고 수습에 도움 되는 면 있다"
여야 정치인들도 앞다퉈 무안 공항을 찾았습니다. 여야 지도부는 무안 공항에서 유족과 만나 사고 수습과 진상 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그러나 당장 사고 현장에서 정치인들은 조문하고 위로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앞다퉈 무안 공항을 찾았던 여야 지도부가 유가족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은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달 31일 무안공항을 찾은 야당 지도부는 한 유가족으로부터 "TV에 광고(보도) 내러 와요?", "행사 때마다 인사만 하고 가면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TV에 광고만 하고 가요?"라는 등의 격앙된 항의를 들었습니다. 여당 지도부 역시 유가족에게 "할 말 있으면 해봐!"라는 등의 날 선 대접을 받았습니다.
정치인의 역할은 사고 현장 수습 이후 유가족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사고 원인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등 후속 조치에서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다만 몇몇 정치인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매일 사고 현장을 지키며 유가족을 조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지난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몇몇 국민의힘 의원은 사고 이튿날 무안 공항을 찾은 뒤 이날까지 매일 유가족 곁을 지켰다고 합니다. 유족들이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것을 곧바로 지원하기 위함이었겠죠.
실제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유족이 다급하게 요구한 임시 안치소 '냉동 컨테이너' 설치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겨울이지만 낮 기온이 10도 내외를 기록해 시신 부패 우려가 커지고 있었지만, 냉동 컨테이너 설치가 지연되면서 유족들은 초조함을 드러내던 상황이었습니다. 지난달 30일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당국은 이날 오후 2시까지 냉동고를 설치해 오후 4시면 모든 희생자가 냉동고에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유족의 항의를 듣고 상황을 파악한 김 의원은 현장에서 시신을 냉동고에 안치하는 데 필요한 유관기관인 국토교통부와 경찰, 119, 보건복지부 등을 설득하고 독려해 하루 만에 시신 안치를 끝냈습니다. 시신 한 구를 이동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승인해야 하는 상황을 팔 걷어붙이고 해결한 겁니다. 김 의원은 일손이 부족하여 보이자 직접 시신 트레이를 운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유족은 냉동고가 설치된 이후 "김은혜 의원이 밤새우고 다 해준 거 안다. 그때 냉동고 해준 게 결정적이었다"며 감사함을 표했다고 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현장에서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과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며 현장에서 실무자와 시신 안치 이행을 점검했고, 이성권 의원은 밤새 안치실을 지키며 유족들과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은혜, 김정재, 이달희 의원 등은 이날도 유가족이 식사하는 구내식당에서 배식 봉사를 이어갔습니다. 이외에도
현장을 방문하는 다수의 의원들이 매일 점심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가장 고생하는 공무원들은 거듭된 정치인 방문에 '의정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유족들을 돕기 위해 비상 업무를 이어가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올 때마다 의전을 챙기는 데 힘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토로입니다.
그러나 매일 현장을 찾아 현장 공무원과 다를 바 없이 일손을 돕는 정치인이라면, 경우가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현장에서 진짜 '일'을 하면, 사고 수습 유관 부서의 장·차관과 직접 소통하는 등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유족들이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고, 슬픔 속에서도 차분하게 가족을 보낼 수 있도록 정치인도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