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계엄 당일 법률검토 뒤 국회의원 출입 허용…尹 지시에 '2차봉쇄'

사진=뉴스1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봉쇄한 경찰이 '출입을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국회의원의 출입을 잠시 허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계엄 포고령을 알려주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가 내려오면서 국회 '2차 봉쇄'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4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직권남용 혐의 공소장에는 비상계엄 당시 경찰의 국회 봉쇄 상황이 상세히 담겼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달 3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에서 김 전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종북좌파 세력 때문에 나라가 상당히 혼란스럽다"며 밤 10시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이어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군이 국회 등 여러 장소에 출동할 것이라며" "경찰이 나가서 국회 통제를 잘해달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은 이후 '2200 국회', '2230 더불어민주당사', '여론조사꽃' 등 계엄군이 출동할 시간과 장소가 기재된 문서(A4용지) 1장씩을 조 청장과 김 청장에게 각각 건네면서 협조를 요청했다.

안가에서 나온 조 청장 등은 국회 통제를 위해 야간에 가용한 기동대를 파악했다. 비상계엄 시 통제할 국회 출입문 수와 개폐 현황, 근무 현황 등도 점검하며 출동을 준비했다.이후 김 청장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회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 기동대를 투입해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오후 10시48분부터 11시6분까지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민간인의 국회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이런 와중 김 청장은 현장 지휘관 등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이 국회 출입을 막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라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참모들을 모아 법률 검토를 한 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만으로는 국회 출입을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국회의원 등의 출입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의원들의 국회 출입은 얼마 가지 못해 다시 차단됐다. 윤 대통령은 오후 11시23분께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 전화해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발령됐는지 물어본 뒤 "경찰청장에게 포고령에 대해 알려주라"고 지시했다.

포고령에는 모든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박 총장은 이후 조 청장에게 전화해 국회에 경찰을 증원하고,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차단해달라고 요구했다.

포고령 내용을 확인한 조 청장은 밤 11시 36분께 김 청장에게 전화해 "포고령에 따라서 국회를 전면 통제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김 청장은 무전을 통해 "포고령에 근거해 일체 정치활동이 금지됩니다. 현 시간부로 국회의원 및 보좌관, 국회사무처 직원들도 출입할 수 없도록 통제하기 바랍니다"라고 통지했다.국회의원들의 항의와 경찰 자체 판단으로 잠시 허용됐던 국회 출입이 윤 대통령의 지시로 재차 가로막힌 것이다. 검찰은 이러한 국회 봉쇄 행위가 내란 혐의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폭동 행위 중 하나로 판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