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우려한 美 경제학계 "기업 생산성 악화와 노동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것" [미국경제학회 2025]

3일 미국경제학회에서 우려 쏟아져
노벨상 수상자 데이비드 카드 "트럼프, 재정적자 키울 것"
베트남으로 관세 회피하는 中 기업 많아질 것이란 전망도
미국 수입품 가격 올라 자국 경제에 충격줄 것이란 예상 나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3~5일(현지시간) 열린 미국경제학회에서 석학들은 관세, 이민, 재정적자 등 트럼프 당선인이 던진 경제 정책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카드 UC 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정책이 미국의 재정적자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관세와 관련해선 여러 세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이들 세션에선 미국의 관세 부과가 오히려 수입 가격 증가와 기업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공통으로 언급됐다.

“재정적자에 큰 문제 있을 것”



3일(현지시간) 카드 교수는 재정 적자와 관련해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지금 거대한 재정 적자를 보고 있고, 그 적자는 더 커질 것”이라며 “그래서 적자를 그냥 늘려 놓을 것인지, 아니면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줄이거나 다른 방법을 시도할 것인지 등 (정치적) 협상이 아주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미국 정부의 총지출은 6조7500억 달러, 총수입은 4조9200억 달러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재정적자는 1조8300억 달러로 이전 회계연도보다 1380억 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른 총국가부채는 약 36조 달러다.카드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세금 인하가 있을 텐데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적자가 늘어나는 것을 허용할지, 아니면 다른 지출을 줄이려고 할지다”고 지적했다. 재정적자가 늘어날 경우 국채 발행 물량 증가로 채권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지출을 줄일 경우 정책 우선순위를 둔 정치적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라는 별도 세션에서 킴 클라우징 UCLA 경제학 교수 또한 지속할 수 있는 재정 관리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클라우징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세금 감면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정 적자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지만 인프라 투자나 기타 경제 성장 정책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재정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수입 줄이고 중국 수입 늘릴 것”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선 정책 의도와 달리 오히려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중 무역 전쟁’ 세션에서 샤팟 야르 칸 시러큐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세 부과에 따른)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에 수요 충격을 가해 임금이 하락하고, 중국 상품이 세계 시장에서 더욱 저렴해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라는 큰 시장을 잃은 중국이 다른 국가에 생산품을 저가로 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등을 활용한 관세 회피 기업이 많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에베히 이요하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상품 중 중국에서 수입된 동일 상품 비율(재배치 비율)을 측정해 보니 2018년에서 2021년 사이 재배치 비율이 2.4%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베트남에서 운영하는 중국 자본 소유 기업의 수가 증가했는데 이들 기업은 미국으로의 수출에서 재배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관세·이민 문제 두고 격렬 토론


클라우징 교수는 같은 세션에서 보수성향 싱크탱크 어메리칸 컴파스 창립자 오렌 카스와 이민 문제와 관련해 격렬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카스는 전통 경제학이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예측하거나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생산을 지원하고 자유시장 원칙에 대한 재검토를 주장했다.
카스는 “2000년대 초반 중국과의 자유 무역을 옹호한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판명됐다”며 “모든 본능이 잘못되었다면,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조지 코스탄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특히 연간 1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무역적자를 언급하며 “이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생산성 둔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반면 클라우징 교수는 세계화의 이점을 강조하며 관세와 같은 무역 제한이 국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해를 끼친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관세 정책은 미국 가구당 연평균 2000~25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의 수입품 절반 이상이 중간재”라며 “관세로 중간재 가격이 오르면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추가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 문제에서도 두 사람은 부딪혔다. 카스는 “불법 이민을 줄이기 위해 국경 관리에서 통제 강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 내 불법 이민자 가운데 범죄자들을 우선으로 추방하려는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클라우징 교수는 대규모 추방 정책은 노동 공급을 감소시켜 경제 성장과 국내총생산(GDP)을 저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규모 이민 추방은 노동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샌프란시스코=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