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경제적 큰 비용 없이도 인플레 개선시킬 수 있어"[미국경제학회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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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미국경제학회에서 세션 발언“경제적인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다.”
Fed의 지나치게 신중한 통화정책 우려한 것으로 해석
Fed의 독립성도 강조 "독립성 훼손되면 신뢰 잃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현재 Fed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이처럼 언급했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 발언을 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Fed의 지나치게 신중한 금리 정책 없이도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3~5일(현지시간) 일정으로 열린 미국경제학회에서 둘째 날인 4일 ‘인플레이션과 거시경제’라는 세션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평소 Fed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언급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 세션에선 그와 함께 참여한 크리스티나 로머 UC버클리 교수가 Fed의 통화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자 이와 관련해 우회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내놨다.
로머 교수는 버냉키 전 의장의 발언에 앞서 “Fed가 금리를 낮추는 데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아 약간 놀랐다”며 “왜냐하면 아직 2% 목표치에 안착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세션 진행자인 제이슨 퍼머 하버드대 교수가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버냉키 전 의장은 “후임자(제롬 파월 Fed 의장)를 지나치게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버냉키-블랑샤드 모델’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둔화에 있어 마지막 단계에서 야간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임대료나 자동차 보험료와 같은) 후행적 요인 등 공급 충격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시간이 지나 일부 요인이 해소되면) 경제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향후 인플레이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다”고 답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이민 정책과 관련해선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민 제한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을 줄이는 동시에 소비하는 사람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총수요-총공급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 자리에서 Fed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Fed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는 정치적 간섭”이라며 “Fed가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독립성이 훼손되면 금융시장과 대중의 신뢰를 잃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심각한 경제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또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양대 목표에 집중해야 하며,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샌프란시스코=박신영 특파원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