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신입사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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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대학생 대상의 2025년 첫 강의
몇 년 전부터 대학생 대상의 강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강의장에 들어갔는데,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도움되는 말을 적을 필기구가 없다. 멍한 눈, 강사를 바라보지 않고 처음부터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학생도 있다. 학생 한 명에게 부탁하여 볼펜과 A4용지를 가져오게 하고 나눠줬다. 이번 시간에 꼭 기억할 10가지를 불러주며 적으라고 했다. 절반은 적고 절반은 적지 않는다. 출석부를 달라고 하고, 출석 체크했으니 이 수업을 듣고 싶지 않은 학생은 2분의 시간을 줄 테니 나가도 좋다고 했다. 30% 가까이 나갔다. 남은 학생에게 사전에 배포한 강의안을 본 학생이 있냐 물었다. 한 명도 없다. PPT를 한 장씩 설명하며, 중요한 점은 적으라고 했다. 절반 정도가 적는다. 2시간 특강 중 1시간은 설명, 1시간은 한 명씩 학생들에게 다가가 이름을 묻고 질문을 하며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를 마치고 명함과 포스트 잇을 나눠준 후 나에게 궁금한 것이 있는 학생은 메일 보내고, 자신의 이메일을 포스트 잇에 적어 주면 자료 등을 보내겠다고 했다. 반응이 없다. 이런 재능기부 할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A대학교에 16주 강의를 맡았다. 매주 3명의 발표, 질의식 수업, 매주 학습 내용에 대한 레포트 작성을 실시했다. 중간과 기말 고사는 10개의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도록 했다. 학습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리만 지키는 것은 의미 없다고 매 시간 강조했다. 발표와 질문을 지속했고 사전 지급한 강의안의 숙지 정도를 레포트를 보며 판단했다. 40% 넘는 학생이 F학점이다. 학과장과 교무처장이 조정을 요청한다. 나중에는 다음 학기 불이익이 있다고 말한다. 대학생 대상의 그 어떤 강의를 하지 않게 한 배경이다.
전화가 울리고 대학생 대상의 특강을 요청한다. 정중히 거절했다. 토요일, 지방이고 특강 시간도 30분이다. 방학 기간이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열정 가득한 학생들로 절박한 심정에서 강사를 섭외했다고 한다. 절박한 심정이란 말에 마음이 동한다. 취업과 관련한 입사지원서와 면접 방법을 강의할 것인가? 합격 후 신입사원으로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 강의를 할 것인가? 학생 대표에게 물으니, 직장인의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한 강도 높은 강의를 요청한다.
학생 대상으로는 강사료를 받지 않기에, 재능 기부라고 하며 2025년 첫 강의를 준비했다.
예비 직장인인 대학생에게 무엇을 강조할 것인가?대학을 졸업하고 군에 입대했다. 28개월 복무를 마치고 S그룹에 입사하여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받았다. 한 달의 교육 기간 중 같은 주제의 강의를 들었고, 여러 실습과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직장인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온실 속에서 배운 이론은 정글 현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상사와 선배로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야 했고, 눈치껏 상황을 보며 신속하고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해야만 했다. 3개월만 지나면 신입사원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한 명의 담당자로서 제 역할을 다해야 했다. 선배들도 어디 가서 신입사원이란 말을 꺼내지 못하게 했다.
신입사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부분 지인들은 연령대가 50세 이상이라 그런지 '꿈'이라고 한다. 꿈이나 목표가 신입사원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라 한다. 모르긴 해도 후회의 반영일 듯하다. 이들은 신입사원 시절에 명확한 꿈을 설정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실천한 기억이 없다. 성장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목표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지만, 그 순간에도 목표를 정하고 매진하지 못했다. 중요하지만, 가장 후회되는 점이기 때문에 강조하는 것 아닐까?
다음 강조하는 것이 열정이다. 신입사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입사원에게 무모한 도전, 악착같은 열정이 없다면 왜 신입사원을 선발하냐 묻는다. 신입사원들이 기존의 문화나 관행을 무시하고, 제 멋대로 즐기며 근무하라는 것이 아니다. 신입사원 다운 도전과 패기로 일을 추진하여 기존 조직에 변화를 주기를 회사는 원한다.
꿈과 열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기본 예절 속의 관계 관리이다. 신입사원은 흰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려가는 단계이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 결정과 그 실행은 오롯이 신입사원의 몫이다. 상사와 선배는 조언하며 지원한다. 이들은 누구에게나 조언과 지원하지 않는다. 이들은 기본을 지키며, 자신을 좋아하며, 자주 찾아 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밝게 하는 후배를 좋아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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