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건물입니다"…션, 239억 들인 루게릭 요양 병원 준공
입력
수정
션, 故 박승일 꿈 이뤘다가수 션이 고(故) 박승일 농구 코치의 꿈을 15년 만에 이뤄냈다. 239억 원을 들여 세계 최초 루게릭 요양 병원을 준공한 것.
"10억 정도면 지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세상 물정 잘 몰랐던 나와 승일"
"환우들과 가족에 위로가 됐으면"
5일 션은 유튜브 '션과 함께'를 통해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승일희망요양병원'의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션은 서울에서 카메라를 켜고 "용인에 건물을 하나 지었다. 15년 동안 정말 열심히 모았다. 빌딩이 다 지어졌다. 건물까지 42km 정도 되는데 같이 가보자"며 풀코스 마라톤을 시작했다.
마라톤을 완주한 션은 "여기가 아까 말씀드린 제 건물이다. 제 친구 고 박승일 공동 대표와 저의 꿈이었던 국내 최초, 세계 최초 루게릭 요양병원"이라고 말했다.
션은 건물을 공개하며 "저희가 조사를 했는데 세계 최초다. 전 세계에 하나도 없는 특별한 건물이다. 건물이 지어지면 조감도와 다르게 나오기 마련인데 진짜 똑같다"고 했다.이어 "오늘이 준공일이다. 아직 인테리어가 끝나지 않았다. 1월 말 정도 모두 세팅하고 3월부터 개원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촬영 당일 승일희망요양병원의 간판이 올라갔다고 하자 션은 "42.28km 뛴 보람이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병원은 환우들과 가족, 직원들을 배려한 세심한 모습이 곳곳에 녹아있었다. 박승일의 누나인 박성자 승일희망재단 상임이사는 "건물 외부는 큰 창문처럼 되어 있다. 인지능력은 있으신데 눈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을 떠올리며 디자인했다. 또 바깥바람 쐬실 수 있는 정원도 마련했다"고 말했다.아이스버킷챌린지 등을 통해 35만 명 이상이 기부해 건립된 이 병원은 그들의 마음을 소중히 하고자 기부월도 제작했다.진료실과 처치실은 넓은 공간을 자랑했다. 박 이사는 "의료진들이 깜짝 놀라더라. 이렇게 넓은 공간으로 일해본 적이 없다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져서 좋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션은 "환우들이 바깥을 못 나간다. 그런데 인지 능력이 있으시니, 바깥을 느끼고 싶어 하는 니즈가 많다. 최대한 느끼시고 나갈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썼다"고 거들었다.문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강당도 마련됐다. 션은 "베드 한 10개 들어올 수 있겠다. 10분을 위한 프라이빗한 공연 하겠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제일 중요한 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직장이지만 직장 같지 않은 장소를 제공하고 싶어서 쉼터가 곳곳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션은 "직원들이 행복해야 서비스가 행복하게 전해질 수 있으니까. PD님 행복하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션은 병원을 둘러보며 박승일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승일이가 눈을 깜빡거릴 수 있어서 안구 마우스를 통해 책을 썼다. 우리 교회 집사님이 그 책을 전해줬는데 받자마자 다 읽었다. 거기 승일의 꿈이 국내 최초 루게릭 병원을 짓는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션은 1년간 1억 정도 저금을 해둔 돈이 있었다고. 그는 "이걸 어디에 써야 하지 고민하던 차에 이 친구의 꿈에 이 돈이 전달되는 게 맞겠구나. 1억 수표를 끊어서 박승일을 찾아갔다"고 떠올렸다.
이어 "처음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더라. 아픈 사람 앞에선 그렇지 않나. 승일이가 먼저 친구 하자면서 편하게 다가왔다. 1살 형이다. 수표를 전달하고 갔는데 허리 아프다고 했더니 마음에 쓰였나 보다. 굴을 한 박스를 사서 집에 보내줬더라. 세심한 좋은 친구였다"며 그리움을 전했다.
박 이사는 "승일이가 아프지만 밝았고, 그를 보고 간 분들은 삶의 힘을, 에너지를 얻고 간다고 하시기도 했다"며 "편하게 해주려는 타고난 기질이 있어서 저 또한 자랑스럽고 이 일을 통해 좋은 일을 하게 해줬다는 부분에 대해 고마움이 많은 누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건물의 2~4층엔 입원실이 마련됐다. 2개의 병실에 욕실 1개를 만들었고, 침대째 목욕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바닥 난방을 통해 온도를 유지했다고. 션은 "비용이 많이 들어서 설계하는 분들이 극구 말렸다"면서도 "그것 또한 환우 중심에서 설비를 갖췄다"고 했다.션은 "책에 승일이가 10억 정도 있으면 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썼다. 승일이도 그걸 믿은 나도 세상 물정을 잘 모른 거였다. 냅다 돕겠다고 간 건데, 세심하게 환우분을 위해 작은 것까지 다 하다 보니 계속 올라서 239억 빌딩"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일이는 22년 동안 꿈꿔왔던 거고, 완공된 걸 못 보고 하늘나라에 간 게 많이 아쉽다"고 했다.
박 이사는 "승일이가 하늘에서 보면서 굉장히 뿌듯해 할 것 같고,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시작'이라는 걸 전하고 싶었을 것 같다. 동생이 보고 가지 못했지만, 동생이 뿌린 씨앗을 통해 많은 분이 힘을 얻게 될 거라는 것 때문에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션은 "서울에서 용인까지 뛰어온 이유는 하늘에 있는 승일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아울러 "승일이를 만나고, 루게릭 요양 병원 꿈을 꾸면서 달리고 모금도 했기 때문에 승일이에게 병원 다 지어졌다고 마지막 선물"이라며 마지막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펼쳤다.
그는 "수많은 연예인, 선후배, 시민들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주 특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 여러분이 함께 해주셔서 세계 최초 루게릭 요양 병원이 지어졌다"며 "하늘나라에 있는 박승일 대표, 하늘나라에서 꼭 도전해 줘"라고 하늘에 소리쳤다.
2014년부터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총 3번 진행됐다. 션은 "3번의 챌린지마다 10억 정도 모금이 됐다"며 "그렇게 모금된 것 외 많은 사람이 알게 되어 개인 후원자도 늘었고, 몇천만원 1억까지 기부해 주는 분들이 있었다. 30억 훨씬 이상 모금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부자들의 뜻에 맞게 쓰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는 13년 동안 한 번도 월급을 받은 적이 없다. 단 1원도. 나와 혜영이도 병원 건립을 응원하면서 13년 동안 승일희망재단에 대략 7억 기부했다"고 밝혔다.
션은 앞으로 목표에 대해 "환우들과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한다"며 "세계 최초 루게릭 요양 병원이니까 지어진다고 끝이 아니다. 잘 운영되고 잘 케어를 받아야 우리 병원을 보고 우리나라의, 다른 세계 곳곳에 이런 병원들이 세워질 수 있으니까 더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고, 운영하는 데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승일은 연세대, 실업 기아자동차에서 농구 선수로 왕성하게 활동한 후 2002년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에서 코치로 일하다가 루게릭병 판정을 받아 23년간 투병했다. 23년간 긴 투병 생활을 하던 중 9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승일희망요양병원의 준공일 3개월 전의 일이다.션은 고인과 2011년 비영리재단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해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을 위한 각종 모금 활동을 진행했다. 병원은 2023년 착공했고, 박승일은 앰뷸런스를 타고 현장에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