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경호처장 "체포영장 응하는 건 직무유기…모욕 말라" [전문]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입장문 발표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 세운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은 "사법 절차에 대한 편법, 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영장 집행에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 유기라고 판단했다"고 5일 밝혔다.

박 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경호처는 지난 3일 공수처의 대통령 관저 진입을 승인하지 않았다"며 "이를 두고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경호처가 개인 사병으로 전락했다', '경호처장이 호위무사다', '경호처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경호처장이 실탄을 장전해 발포하라고 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난무한다"고 했다.박 처장은 "대통령경호처는 지난 1963년 창설 이래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목숨을 바쳐 역대 대통령을 지켜왔다. 1979년 10·26 사태, 1983년 아웅 산 테러 때는 다수의 경호관들이 희생됐다"며 "보수니 진보니 하는 정파적 이념은 대통령경호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과거 김대중 정부 때도, 노무현 정부 때도 대통령경호처는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완벽한 경호업무를 수행했다"고 했다.

박 처장은 "대통령경호처는 무작정 수사기관의 법 집행을 방해하고자 하는 뜻이 아니다. 지금 윤 대통령은 비록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상태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손으로 뽑은 현직 대통령이 분명하고 법이 정한 대로 그에 상응한 경호를 받고 있다"며 "국회의원도 회기 중 체포를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게 돼 있는데, 사법 절차에 대한 편법, 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를 존재 가치로 삼는 대통령경호처가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 유기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 요청한다. 더 이상 대통령경호처가 개인 사병으로 전락했다는 모욕적 언사는 삼가 달라. 대통령 경호관들은 지금도 경호 훈련에 땀을 쏟으며 임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공수처와 국수본에 요청한다. 수사 절차를 세심하게 검토해,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은 대통령의 명예와 대한민국의 국격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강조했다.앞서 박 처장은 지난 3일 공수처 직원들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해 체포·수색영장을 제시하자,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했다. 이후 야당은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경호처장을 당장 직위 해제하고 특수공무집행 방해, 범인은닉, 직권남용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일제히 반발했다.

한편, 1964년 충남 공주(현 세종시) 출생으로 경찰대에 입학, 경찰대를 수석 졸업한 박 처장은 '엘리트 경찰' 출신으로 평가된다.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도 땄다. 경찰대 재학 중에는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정 계급으로 경찰에 들어섰다. 이후 경찰청 마약수사과장, 경찰청 기획조정관 등 주요 기획부서를 거쳤다.

박 처장은 2010년 경찰청 차장으로 승진한 뒤 재직 중 사직하고 정계에 진출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충남 공주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공천을 받아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해 2013년 6월부터 대통령 경호실 차장으로 약 2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을 임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다음은 박 처장 입장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통령경호처는 지난 1월 3일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대통령 관저 진입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경호처가 개인 사병으로 전락했다', '경호처장이 호위무사다', '경호처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는 '경호처장이 실탄을 장전하여 발포하라고 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난무합니다. 대통령 경호 책임자로서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대통령경호처는 지난 1963년 창설 이래 정파와 이념을 초월하여 목숨을 바쳐 역대 대통령을 지켜왔습니다. 1979년 10·26 사태. 1983년 아웅 산 테러 때는 다수의 경호관들이 희생되었습니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정파적 이념은 대통령경호처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과거 김대중 정부 때도, 노무현 정부 때도 대통령경호처는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완벽한 경호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심지어 故 이희호 여사를 더 잘 경호하기 위해 법제처 유권 해석을 통해 경찰이 아닌 경호처 종신 경호를 실시했습니다. 지금도 정당을 떠나 세분의 전직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님을 헌신적으로 경호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경호처는 무작정 수사기관의 법 집행을 방해하고자 하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비록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상태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손으로 뽑은 현직 대통령이 분명하고 법이 정한 대로 그에 상응한 경호를 받고 있습니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대통령 변호인단은 체포 영장 발부 절차와 영장 적시 내용에 대한 심각한 위법성과 초법성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이에 저는 지난 1월 3일 체포영장 집행을 나온 공수처 담당 검사에게 경호처의 입장을 소상히 설명하고, 현직 대통령 신분과 외신에 비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고려하여 법 집행에 신중을 기할 것을 정중히 요청하였습니다. 아울러, 체포 영장 집행 수사관들과 경호관의 대치 과정에서 어떠한 폭력이나 물리적 충돌도 없도록 조치하였습니다.

국회의원도 회기 중 체포를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법 절차에 대한 편법, 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 영장 집행에 대해,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를 존재 가치로 삼는 대통령경호처가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 유기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만약 이러한 판단에 오류가 있다면 저는 어떠한 사법적 책임도 감수하겠습니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 요청합니다. 더 이상 대통령경호처가 개인 사병으로 전락했다는 모욕적 언사는 삼가 주십시요. 대통령 경호관들은 지금 이시간에도 경호 훈련에 땀을 쏟으며 임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공수처와 국수본에 요청합니다. 수사 절차를 세심하게 검토하여,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은 대통령의 명예와 대한민국의 국격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십시요. 국가기관끼리 충돌하는 불행한 모습을 국민들께 더 이상 보여드려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경호처는 앞으로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전직 대통령, 현직 대통령, 미래의 대통령 누구라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신명을 바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월 5일대통령경호처장 박종준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