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만원짜리 폰이 공짜" 성지 갔다가 '깜짝'…이유 알고보니

핸드폰 사면 오히려 돈 받아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 전쟁'

출렁거리는 통신 시장
일부 판매점 '고액 리베이트'
가입자에 최대 95만원 지급

단통법 폐지안 지난달 통과
통신사, 판매 장려금 늘려
작년 번호이동 600만 건 넘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단말기 유통법 폐지와 신형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통신 시장에서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보조금이 단말기 가격보다 많은 ‘마이너스폰’까지 등장했다.

5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판매점에서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 고객을 대상으로 70만~95만원에 이르는 ‘리베이트’가 지급되고 있다. 리베이트는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 등 공식적으로 제공되는 보조금을 제외한 일종의 불법 보조금이다. 출고가가 115만5000원인 삼성전자 갤럭시S24는 고가 요금제를 쓰면 공시지원금 최대 53만원과 추가지원금 7만9500원(공시지원금의 15%)을 받을 수 있다.여기에 리베이트 95만원을 얹으면 오히려 40만원가량을 돌려받는 셈이다.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4울트라도 고가 요금제를 쓰고 리베이트를 최대로 받을 경우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을 합치면 단말기 할부 원금이 20만원 밑으로 떨어진다.

리베이트는 통상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가 대리점, 판매점 등 유통업체에 주는 판매 장려금이 재원이다. 이른바 ‘성지’(리베이트 많이 주는 곳)로 불리는 휴대폰 유통업체는 장려금 대부분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가입자를 늘리는 전략을 쓴다. 가입자 유치와 고가 요금제 유지 등에 따라 통신사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현재 공시지원금의 15%를 넘는 유통점의 추가지원금은 불법이다. 하지만 지난달 단말기 유통법 폐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해당 추가지원금 지원은 합법화를 앞두고 있다. 단말기 유통법 폐지안은 공포 6개월 후 시행된다. 단말기 유통법이 폐지되면 추가지원금 상한이 없어지고 신규 가입, 번호이동, 기기 변경 등 가입 유형과 요금제에 따른 차별 금지도 사라진다. 사업자 간 지원금 경쟁이 활성화되는 여건이 조성되고,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지원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가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 할인 제도(현재 25%)는 유지된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단말기 유통법 폐지 방침을 밝히며 번호이동 고객에게 추가로 지원금을 주는 ‘전환 지원금’을 도입하는 등 보조금 확대를 장려해왔다.

단말기 유통법 폐지안이 시행되고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통신사를 옮기는 번호이동 건수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번호이동 건수는 629만5188건으로 전년 대비 12.2% 늘었다. 번호이동 수치가 600만 건을 넘어선 것은 2017년(701만 건) 이후 처음이다. 번호이동 건수는 단말기 유통법 시행 전인 2013년 1000만 건을 넘었지만 2014년 법 시행 이후 꾸준히 줄어 2022년 453만 건까지 떨어졌다. 2023년 다시 561만 건으로 늘었다. 2023년 5G 중간요금제, 지난해 2만~3만원대 저가 5G 요금제 등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번호이동이 늘어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0원 요금제’를 시작으로 알뜰폰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