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범 고대 의대 학장 "예일대와 협력…인류 기여할 의과학자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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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편성범 고대 의대 학장“연구 분야를 강화해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를 키워낼 겁니다.”
하버드·옥스퍼드大가 유명한 건
진료 아닌 연구를 잘하기 때문
美 존스홉킨스대도 실습 MOU
생활·실습비 등 지원, 부담 낮춰
해외 연구소 인턴도 추진할 것
5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의과대학 본관에서 만난 편성범 학장은 “미국 하버드대, 영국 옥스퍼드대 등이 유명한 것은 환자를 잘 봐서가 아니라 연구를 잘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1월 학장으로 취임한 그는 연구에 강한 고대 의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해외 대학과의 연구 협력이 대표적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예일대와 임상실습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1년에 2명씩 학생을 선발해 존스홉킨스대와 예일대에서 임상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내용이다. 생활비, 항공료, 실습비 등은 모두 고대가 부담한다. 예일대와는 고대 의대 졸업 후 예일대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기로 했다. 경쟁률 50 대 1이 넘는 예일대 박사과정에 고대 몫으로 두 자리를 확보했다. 수업료, 생활비는 예일대와 고대가 절반씩 낸다. 편 학장은 “글로벌 의사과학자를 만드는 데 고대와 예일대가 의기투합한 것”이라며 “고대 의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박사까지 마치고 오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경쟁력 있는 연구 역량을 갖출 것”이라고 기대했다.
학부생뿐만 아니다. 전공의가 석사 과정에 지원하면 등록금의 80%를 지원해 의사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다. 펠로를 마치고 비전임 임상교원이 되면 전임 교원처럼 해외에서 1년까지 연수받을 기회를 준다. 편 학장은 “개원하거나 병원에 취직하는 임상의사가 아니라 연구하고, 교수가 될 인재를 어떻게 키울지 고민 끝에 내놓은 지원책”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능력을 키우기 위해 우수 학자도 적극 영입하고 있다. 편 학장은 “연구 능력을 키우는 것이 결국 의과대학 발전에 필수적”이라며 “최근 5년간 의대 교수를 120명 늘려 학생과 교원 비율이 1.1 대 1 수준까지 내려갔다”고 전했다.6년제 통합교육과정도 준비하고 있다. 그간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분리해온 과정을 앞으로는 유연하게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노인 의학, 지구와환경 의학 등 미래에 필요한 다양한 커리큘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편 학장은 예상했다. 그는 “갭이어(gap year·사회 경험 등 미래를 준비하며 보내는 1년)를 운영해 의사과학자를 희망하는 학생이 해외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신설할 것”이라며 “기존 과목도 수직, 수평으로 통합해 임상과 기초학문을 연결하고 학문 간 경계도 무너뜨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의사과학자를 키우기 위한 규제 개혁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해외 대학은 의대 6년에 3년을 더해 의사(MD)와 박사(Ph. D)를 함께 취득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며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를 거치고 나서야 Ph.D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한국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를 꿈꾸는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윤리성과 책임감이라고 했다. 편 학장은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수학 성적이 아니다”며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사적 이득보다 공익을 앞세우는 ‘공선사후’의 정신으로 무장해야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스럽지만 언제든지 학생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돌아온 학생들과 신입생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예과는 해부학, 생리학 등 실험실습 과목이 많지 않고 대부분 강의 형식 교육이기 때문이다. 편 학장은 “이들이 본과에 진입하는 3년 뒤에도 충분히 실습 수업을 받을 수 있다”며 “종합실습실은 200명, 해부학 실습실은 18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