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는 피하고 헌재 재판 집중'…尹, 관저 사수하고 지지층 결집

尹측 "적정한 기일에 출석할 것"
'내란 수사, 여론전에 불리' 판단
계엄 정당성 강조하려는 전략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진술할 계획이다. 이르면 오는 14일 변론기일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 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주축이 된 공조수사본부의 체포영장에는 응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경호처도 윤 대통령 체포 시도를 계속 막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내란죄 수사는 최대한 피하면서 헌재 재판에 집중해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인 윤갑근 변호사는 “대통령은 적정한 기일에 출석해 의견을 밝힐 예정”이라고 기자단에 공지했다. 헌재는 이달 14일, 16일, 21일, 23일과 다음달 4일을 변론기일로 지정했다.윤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한다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배경과 정당성을 자세하게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탄핵심판 재판정에 서는 첫 대통령이 된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재판에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반면 공조본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발부받은 체포영장은 애초에 효력이 없고,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면서 임의적으로 형사소송법 적용을 배제한 것도 문제라는 이유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장이 경찰 수사지휘권이 없음에도 경찰 특수단을 지휘해 대통령에 대한 위헌, 위법인 영장 집행에 착수했다”며 “이 과정에서 군사시설 보호구역시설인 관저 정문을 부수고 침입했고, 경호처 직원들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와 경찰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내란 혐의 수사에 응하는 것은 여론전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건재함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줘 이들을 결집하고, 여론전을 병행하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헌재 재판에서 계엄의 필요성과 관련 새로운 사실을 제시하면 탄핵 인용을 피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여권 인사도 있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의 이런 전략이 오히려 보수 진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도 성향의 보수 지지층과 강성 지지자 사이에 갈등이 커져 여권이 분열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편지를 보면서 더 이상 윤 대통령과 함께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보수 지자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