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US스틸 인수 불허 '독단 결정'…'美 경쟁사 지키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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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스틸 인수 경쟁 참여했던 클리블랜드클리프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요청을 국가 안보를 이유로 불허한 가운데, 미국 경쟁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이번 결정에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거래 성사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공언
바로 다음날 바이든 '인수 반대' 입장 내
바이든, 고위 참모들 반대에도 인수 불허 결단
US스틸 인수 실패하자…"거래 성사 막을 것"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렌소 곤살베스 클리블랜드클리프스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 회의에서 일본제철과 US스틸의 합병이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무산될 것이라고 9차례 이상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내용은 지난달 17일 일본제철과 US스틸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제출한 서한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서한에 따르면 곤살베스 CEO는 지난해 3월 13일 JP모간이 주최한 투자자 회의에서 "US스틸을 나에게 팔도록 강요할 수는 없지만, 내가 동의하지 않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도록 만들 수는 있다"며 "이 거래는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발언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곧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음 날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합병에 반대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곤살베스 CEO는 실적 발표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반복했으며, 그의 발언 이후 US스틸의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US스틸 측은 주장했다. 또 곤살베스 CEO가 투자자 회의에서 "CFIUS는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며 "결국 대통령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확인됐다.일본제철은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의 경쟁 입찰에서 승리하며 2조엔 규모의 US스틸 인수를 추진했다. 이 합병이 성사됐다면 일본제철은 연간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4위에서 3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곤살베스 CEO의 발언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옐런 장관 "국가 안보 위협 명확한 증거 없어"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다수 고위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난 2일 소집한 회의에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한 일부 참모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종 결정을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다.일본제철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가할 수 있는 위협을 최소화할 방법을 제안할 시간을 더 갖게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날인 3일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인수 금지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WP는 논의 과정에서 존 파이너 국가안보 부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 람 이매뉴얼 주일미대사, 재닛 옐런 재무장관, 재러드 번스타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등 고위 관리들이 인수 불허에 반대하거나 의구심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옐런 재무장관은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한 명확한 증거 없이 인수 제안을 거부하면 외국인 투자 심사를 담당하는 CFIUS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일부 참모들은 이번 결정이 미·일 동맹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국내 경제·정치 참모들은 인수에 반대해 온 노동조합에 승리를 안겨줌으로써 바이든 대통령의 업적을 부각할 기회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