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테 콰르텟 "클래식에서도 팀전의 매력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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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 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4명의 현자(賢者)가 나누는 대화’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현악 사중주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두 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함께 연주하는 현악 사중주는 성부 간 조화와 균형을 통한 고도의 음악적 완성도를 요구한다. 이를 위한 연주자들의 긴밀한 호흡 또한 매우 중요하다. 솔리스트처럼 화려하거나 오케스트라보다 웅장하지 않아도 클래식 음악의 정수로 꼽히는 이유다.올해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로 현악 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이 선정됐다. 금호문화재단이 2013년 상주 음악가 제도를 시작한 이래로 현악 사중주단이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레테 콰르텟은 6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상주 음악가는 솔리스트보다 무대 기회가 적은 현악 사중주단에 정말 필요한 제도"라며 "국내에서는 비교적 덜 주목받는 현악사중주의 매력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9년 결성된 아레테 콰르텟은 전채안(제1 바이올린), 박은중(제2 바이올린), 장윤선(비올라), 박성현(첼로)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2020년 금호영채임버 콘서트로 데뷔해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 현악 사중주단 최초로 우승(2021)을 차지했으며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2023)와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2024) 등에서 연달아 우승을 거머쥐었다. 영국 위그모어홀 상주 음악가로 활약한 한국 대표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에 이어 떠오르는 월드클래스 한국 실내악단이다.
전채안은 팀 이름 '아레테'의 의미를 소개했다. 그는 "아레테는 그리스어로 '참된 목적', '가장 탁월한 성질' 등의 의미를 지녔다"며 "우리가 연주할 작품의 작곡가들이 지닌 가장 탁월한 면을 보여주는 음악가들이 되자는 포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제2 바이올린을 맡은 박은중은 지난해 새로 들어왔다. 군 복무를 위해 떠난 김동휘의 자리에 영입됐다. 그는 지난해 윤이상국제콩쿠르에서 솔리스트로 2위를 차지한 실력자이기도 하다. 그는 "유독 현악 사중주에 집념이 강하다"며 "현악 사중주가 어려운 걸 알지만,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솔로 활동보다 팀 활동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이들은 함께 모이면 바흐의 '코랄'로 연습을 시작한다고 했다. "코랄을 연주할 때 악기의 울림과 화성의 만남이 자연스러워서 저희 팀의 색이 명확히 드러난다"는 이유에서다. 장윤선은 "제1바이올린은 멜로디, 제2 바이올린은 조력자, 비올라는 고음과 저음을 연결하는 다리, 첼로는 베이스로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라고 악기별 역할을 소개했다.
이들은 올해 금호아트홀에서 '공명'을 주제로 네 차례의 무대를 갖는다. 네 명의 연주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섬세하게 기획했다. 오는 9일 예정된 첫 연주에서는 현악 사중주의 기반을 다진 작곡가 하이든의 작품을 연주한다. 오는 5월 열리는 두 번째 무대에서는 하이든, 모차르트, 브람스, 비트만의 작품을 들려준다. 같은 조성과 박자표를 지닌 작품을 묶어 음악사조에 따른 변화를 보여준다. 쇼스타코비치, 버르토크, 라벨 등 서로 다른 색채를 지닌 동시대 작곡가 3명의 작품을 비교해 들을 수 있는 세 번째 무대(9월)를 비롯해 베토벤, 슈베르트의 작품으로 마지막 무대(11월)를 꾸민다. 베토벤과 슈베르트는 둘 다 마지막 작품으로 현악사중주 곡을 작곡했다는 공통점이 있다."한국 클래식 시장은 솔리스트에게 치중된 게 아쉬웠어요. 2002년 월드컵 때를 생각해보면 한국인에게는 팀의 유전자가 있다고 생각해요. 클래식에서도 팀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요. 저희가 이번 기회를 통해 클래식계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생각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박성현)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