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경호 예상 못했다”는 공수처…수사력 한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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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권 일임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6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권을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넘겼다. 현 인력 수준에서는 영장을 집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집행의 전문성이 있는 경찰에 관련 업무를 일임해 효율성을 도모하겠다는 차원이다. 영장 집행 이전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일임에도 공수처의 판단 착오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용 인력 부족…영장 집행 사실상 불가"
"오동운, 최상목과 소통하려 했으나 실패"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어제(5일) 밤 9시경 국수본에 체포영장 집행 지휘를 했다”고 밝혔다.‘구속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제81조, ‘체포영장도 제81조에 준용한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제200조의6에 근거해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 차장은 “‘지휘’라는 말은 법 조문 상 용어를 따른 것”이라며 “공수처 검사가 사법경찰관을 지휘·감독하는 관계에 있다는 뜻에서 사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영장 집행을 위임 내지 촉탁한 것”이라며 “집행의 권한 자체를 경찰에 넘긴 것”이라고 확인했다.대통령경호처의 관저 경호가 계속되는 이상 영장 집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수처 판단이다. 이 차장은 “1차 영장 집행 당시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고, 그로 인해 집행에 실패했다. 1차 때와 같은 방식으로는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지난 4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로 하여금 영장에 협조하게 해달라고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기한으로 제시한 5일 정오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직접 최 권한대행과 소통하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는 “경찰이 가진 영장 집행의 전문성, 현장 지휘체계의 통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수본에 권한을 일임했다”고 밝혔다. 인력적 한계로 공수처 차원에서의 영장 집행이 쉽지 않은 점, 1차 집행 당시 현장에서 공수처와 경찰 간 이견이 있었던 점이 간접적으로 인정된 셈이다. 이 차장은 “공수처 가용 인력이 다 끌어봤자 50명이고, 그중 현장에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최대 30명에 불과하다”며 “그 정도 인력이 영장 집행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공수처의 빠듯한 인력 상황은 설립 이래 꾸준히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됐고, 검찰로부터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을 넘겨받을 당시에도 한계로 지적됐던 만큼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차장은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을 집행하러 간 것이었기에 (경호처에서) 그 정도로 강한 저항이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영장 집행이 늦어지고 국민들게 걱정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시인했다.
경찰과의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공수처가 국수본에 체포영장 집행 지휘를 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이 차장은 “1차 집행 이후 2차 집행의 시기와 방식, 추가 인력 투입 규모 등에 관해 경찰과 계속 논의했다”면서도 집행 권한 위임과 관련해선 “법리 검토 등 내부 사정에 의해 미리 논의하지 못했다”고만 밝혔다. 수사력의 한계를 노출한 공수처는 검찰·경찰 등에 윤 대통령 사건을 재이첩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영장 집행 권한을 경찰에 넘겼더라도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에 대한 수사권은 여전히 공수처가 쥐고 있다. 이 차장은 “애초 경찰은 공수처의 법적 전문성과 영장 청구권 등을 활용, 효율적 수사를 위해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하고 공조수사본부를 꾸린 것”이라면서도 “어느 단계가 되면 재이첩 여부도 당연히 고려할 것이다. 신속하고, 정의롭고, 적법한 절차가 진행될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판단은 가능하다고 본다. 오직 공수처만 이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고집으로 절차를 독단적으로 진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공수처는 이날 중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간 연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원칙적으로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7일이지만, 그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경우 사유를 달아 영장담당 판사에 허가를 구할 수 있다. 며칠의 기간이 추가로 필요할지에 대해 이 차장은 “국수본 의견을 청취해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영장 집행 이후의 경과를 사유로 잘 소명하면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체포 없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차장은 “이미 발부된 체포영장의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기존 영장을 반환하고 재청구하는 방법 등이 있다”며 “우선은 체포영장 절차로 가겠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