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 "시국이 이래서…대통령실 대변인, 드라마로만 봐주시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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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백사언 역 배우 유연석배우 유연석이 현 시국과 드라마를 따로 봐 줄것을 당부했다.
유연석은 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킹콩by스타십 사옥에서 진행된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종영 인터뷰에서 극중 대통령실 대변인 백사언 역을 연기한 것에 대해 "시국이 이렇다 보니 홍보 포스팅을 올리는 것도 조심스럽더라"라며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협박 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차 쇼윈도 부부의 시크릿 로맨스 스릴러를 담은 작품. 유연석은 주인공 백사언 역을 맡아 실언증에 걸린 줄 알았던 아내 홍희주 역의 채수빈과 긴장감 넘치고 달달한 스릴러 로맨스를 선보인다.
유연석이 연기한 백사언은 최연소 대통령실 대변인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남자라는 설정이다. 내전 지역 종군 기자, 인질 협상 전문가, 공영방송 간판 앵커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졌고, 정치 명문가 출신 '금수저' 임에도 깨끗한 이미지와 철저한 자기관리로 '능력'으로 인정받는 젊은 정치 엘리트로 묘사됐다.
유연석은 '지금 거신 전화는'이 국내는 물론 남미 등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으면서 '섹시 미간'이라 불리며 호평받았다. 원작자인 건어물녀(필명) 작가도 한경닷컴과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 거신 전화는'의 인기는 유연석 배우의 '섹시 미간' 덕분"이라고 평했을 정도. 유연석은 높은 관심과 사랑에 "감사하다"면서도 "시국이 이래서 마냥 봐달라고 떼를 쓸 수 없는 상황이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유연석과 일문일답▲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았다.
늘 뭔가 기대를 갖고 작품을 시작하지만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데, 이렇게 뜨거울 반응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나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속적으로 상위 랭킹에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 굉장히 놀라기도 했다. 공들여 촬영한 작품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한 마음 뿐이다. 남미도, 동남아도 다들 큰 사랑을 보내주셔서 고마울 뿐이었다. ▲ 선택할 때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대사체가 독특하다는 반응이 많아 배우로서 연기하기 까다로웠을 거 같다.
그런 지점은 고려하지 않았다. 작품을 고려한 시점이 티빙 오리지널 '운수오진날'을 촬영 할 때라 내 머리속 상상에 스릴러로만 그려지더라. 그런데 제작사, 제작진과 얘기를 해보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하더라. 대사에 대한 반응은 저도 봤다. 낯간지러운 대사를 잘 했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신기한 건 활자로 볼 땐 '어떻게 자연스럽게 할까' 고민했는데, 촬영할 때 즈음엔 제가 그 말을 할 수 있는 상태, 감정이 됐다. 촬영할 땐 최대한 그 말을 내뱉을 때까지 감정상태를 믿었다.
▲ 가장 놀랍고 고민한 대사가 있을까. 마지막 방송에 '내가 나한테 벌주고 있는거야'라는 걸 봤을 때, 작가님께서 나에게 또 숙제를 주셨다고 생각했다.(웃음) 그게 가장 마지막 촬영이었다. 희주에 대한 미안함을 가진채로 재회하는 거라 그 말이 저절로 나왔다. 마지막 방송을 배우들이랑 같이 봤는데 다들 어색하지 않게 봤다. 사언의 말투가 일상어로 바꾸지 않고 대사 그대로 소화하는 걸 보고 상대 배우들도 '놀랐다'곤 하더라. 그런데 저는 대본을 최대한 작가님이 어미까지 지켜서 쓴다고 생각해서 그게 사언의 캐릭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걸 최대한 지키고 싶었다.
▲ 마지막 방송에서 전쟁 중 키스신도 화제를 모았다.
협박전화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우여곡절 끝에 떨어졌다가 만나게 되는데, 그게 그들의 첫날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아름답게, 오래된 커플의 첫날밤을 공들여 찍고 싶었다. 그래서 채수빈과도 많이 공유하고, 얘기를 나눴고, 감독님과 촬영감독님과도 많이 논의했다. 그런데 보고나서 그정도로. 좋게 예쁘게 생각했다.
▲ 채수빈과의 호흡은 어땠나.
대본이 빨리 나오는 편이었다. 저는 2, 3회 찍는데 6부, 10부 대사에서 굉장히 뜨거워져 있는 걸 보면서 '어떻게 해야하지' 하긴 했다. 앞에 촬영할 땐 냉랭했다. 두달 정도는 독백처럼 연기했다. 그런데 막상 촬영할 때쯤 되니 감정 교류가 많이 돼 있었다. 굉장히 집중해서 찍었다.
▲ 사언의 눈썹도 화제가 됐다. '섹시미간'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냉철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내가 납치됐다는 전화를 받은 후 신경을 써야하니 미간이 자연스럽게 좁혀진 거 같다. 눈썹도 일부러 화나보이게 얇게 잘랐다. 변화될 사언을 알아서 작정하고 차갑게 하려 노력했다. 제작발표회에서 '섹시 미간'이라는 찬사를 받고 싶다고 즉흥적으로 말했는데, 그 이후 계속 그런 타이틀을 달아주시더라. 재밌었다.
▲ 살도 많이 뺀 거 같다.
직전에 뮤지컬 '헤드윅'을 했는데, 그걸 하면서 살이 좀 빠진 상태였다. 한 5~6kg 정도. 73kg정도인데 60kg 후반까지 빠졌다. 그 모습이 날카로워 보여서 그대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였다. 그리고 스릴러와 로맨스가 같이 가는게 쉽지 않더라. 대본에 제가 나오는 장면 포스트잇을 붙이니 한도 끝도 없더라. 80% 정도는 제가 들어가 있었고, 그게 자연스럽게 유지가 됐다.
▲ 원작자도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이 '유연석의 섹시미간'이라고 했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왜 사랑받았다고 생각하나.
소통에 부재가 있는 부부가 많다고 생각한다. 서로 숨기고 있지만, 나를 오래전부터 굉장히 사랑해왔고, 지금도 사랑할거라는 그 믿음과 신뢰를 사언이 보여준 점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다.
▲ 채수빈은 '유대장'이라고 칭하더라.
아버지, 어머니가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는 제가 제일 선배였다. 촬영장 분위기나 감독님과 스태프들과 많은 얘길했다. 복잡한 장면도 많았고, 이야기도 복합적이라 회의를 했는데, 그런 분위기를 전한 거 같다. 그리고 맛있는 걸 많이 사줘서 그런거 같다.
▲ 실제 사귀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 SNS에 외국어로도 결혼하라는 댓글밖에 없다.
그건 제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웃음) 많이 응원하고 있구나 싶다. 스릴러지만 로맨스가 잘 보이길 바랐다. 중간에 코미디도 있고 하니까, 이런 것들이 잘 풀렸으면 했다. 결국 사랑 얘기고, 그걸 이어주는 매개체가 스릴러였다. 로맨스를 잘했다는 거 같아서 기분좋고, 감사하다.
▲ 실제 커플 가능성은 없나. 같은 회사 후배이기도 한데.
처음엔 어색했다. 수빈이도 낯을 많이 걸리고,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촬영할 때 초반부엔 저 혼자만 대사를 하다보니. 그런데 시간을 갖다보니 같은 회사이기도 하고, 밝은 부분들이 있어서 저에게 의지하고 많이 따라준 거 같다. 그래서 힘든 장면을 찍을 때 따라와줘서 고맙다.
▲ '키스 장인'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뭐든 좋지 않나.(웃음) 키스를 하는 상황이 어떻게 하는 거고, 마지막에는 재회의 키스고, 죄책감을 이겨내면서 하는 거고, 그 전엔 행복해서 하는 거고, 각 장면의 감정상태를 표현해보려 했다.
▲ 마지막에 개명한 이름이 원작과 달리 '백유언'이라 '백유연석 아니냐'는 반응이더라.
저도 작가님께 물어봤는데, '아니다'고 하셨다. 그냥 이름을 지었는데, 하다보니 '백유언'이 나왔고, '백유언석'이 됐는데, 굳이 피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 좋은 반응과 의미를 얻었지만, 아쉬운 건 없었나.
방송하는 시기가 드라마를 보고 즐겨달라고 떼를 쓸 사정이 아니었다. 그 외에 아쉬움은 없었다. 그 상황에서 재미를 느꼈다니 거기에서 감사하다. 결방도 한주 했는데, SNS에 '다음주에 온다'고 해서 영어로 써서 올렸다. 해외 팬들이 기다릴 수 있어서 봐달라는 의미였다. 어째됐건 매주 나오긴 하지만 넷플릭스로도 공개되지 않나. 그래도 계속 애정 어리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 대통령실 대변인 캐릭터였다. 현 시국에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을 거 같다.
아이러니하긴했다. 언젠가부터 포스팅을 못하겠더라.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주시길 바란다. 현실과 드라마를 연결시키지 않길 바랐다. 제가 대변인으로서 포스팅을 하면 안될 거 같았다.
▲ 스타 아나운서 출신의 대변이라는 콘셉트라 연습을 많이 했을 거 같다.
전종완 아나운서가 도와주셨다. 경력이 많은 분이신데, 첫 만남때부터 엄청난 자료를 가져다 주셨다. 강의 듣듯이 수업을 받았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나운싱 외에 아나운서 출신 대변인들의 영상도 함께 봤다. 아나운싱이 잡힌 후엔 감정을 싣으려 노력했다.
▲ 차기작이 '신이랑 법률사무소'로 정해졌다.
휴먼코미디가 아닐까 싶다. 빙의를 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변화무쌍하게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았다. 코미디적인 부분도 있을 수 있고, 법정에서 냉철함도 있을 수 있고, 다양한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인거 같다.
▲ SBS '틈만 나면'을 유재석과 함께 하고 있다. 예능인 유연석으로 보이는 건 어떤가.
신경을 안쓸수 없는 부분 같다. 그런데 시청자분들도 예능을 할때와 극 안에서의 모습들을 분리해서 보시는 거 같다. 제가 각 곳에서 충실히만 잘 한다면 믿어주시지 않을까. 감사하게도 그 차이가 있어보이니까 더 좋아해주시고, 백사언을 보다가 '틈만 나면' 보면 재밌게 봐주시는 거 같다. 처음엔 부담도 됐는데, (유)재석 형이 리드를 잘해주시고, 제가 할 부분만 맡아서 해나가면 됐다. 그런 부담감을 많이 덜어낼 수 있었다.
▲ 유재석의 '지금 거신 전화는' 피드백은 어떤가.
'어~백사언이' 하면서 좋아해주셨다. 제가 냉미남이라고. 드라마도 잘되고 있으니까 좋아해주신 거 같다. SBS 예능을 하다보니 동시간대 '열혈사제' 홍보도 했었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 OST도 직접 불렀다. 빌보드 차트 진입을 노리나.
그건 아니다.(웃음) 팬미팅을 할 텐데, 그때 부르면 좋아해주실 거 같다. 20주년 팬미팅 할 때 팬송을 하나 만들었다. 그게 너무 좋더라. 그런 연장선에서 이 드라마를 사랑해준 팬들을 위한 팬송으로 봤다.
▲ 올해로 40세다. 40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고민이 될 거 같다.그런 고민이 많았다. 40대가 되면서 로맨스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마냥 청년은 아니니까. 현장에서도 제가 경험이 없다고 하기에는 너무 선배가 돼 있더라. 그런 것들이 부담이 되기도 하고, 앞으로 잘해나갈 수 있을지, 나를 찾아줄 작품이 있을지 불안감이 생기더라. 그 와중에 촬영이 힘들어지고 지쳐있는 상태였는데, 한석규 선배를 만났는데 좋은 얘길 많이 해주셨다. 40대가 꽃을 피울 시기라고 해주시더라. 그러니 불안해 하지 말라고 하셨다.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할 나이니 그런 것만 조심하고, 캐릭터에 집중하면 배우로서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나이라고 응원해주셨다. 선배님은 '10년에 1개씩만 좋은 작품을 남겨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한다고 하더라. '배우가 평생에 3개 작품만 남겨도 대단한거다'고 하시더라. 물론 선배님은 더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웃음) 돌이켜보니 40대 '뿌리깊은 나무', 50대 '김사부', 그리고 그 와중에 '이친자'를 만나신 거 같다. 그래서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