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2 이정재 친구' 이서환 "출연료 3억이요? 진짜면 좋겠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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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 정배 역 배우 이서환*인터뷰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이서환이 '오징어게임2'를 주변의 반응에 대해 솔직하게 전했다.이서환은 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 인터뷰에서 "'오징어게임2'를 찍으면서 실제로는 생활고를 겪었다"며 "출연료가 3억원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2'는 456억원의 막대한 상금을 얻은 기훈(이정재 분)이 잔혹한 게임을 끝내기 위해 게임의 주최자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작품. 이서환은 기훈의 예전 직장 동료이자 오랜 친구 정배 역을 맡았다. 정배는 시즌1에서는 경마장에서 기훈과 함께 도박을 한 인연이 있다. 이후 연락이 끊어졌다가 시즌2에서는 게임장에서 재회한다는 설정이다.
이서환은 뮤지컬 '빨래', 연극 '장수상회' 등 무대에서 탄탄한 내공을 쌓아왔고, 영화 '스위치', '젠틀맨' 등에서 감초로 활약했다. 시즌2 공개에 앞서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담당한 황동혁 감독은 "이서환 배우가 시즌1에서 잠깐 나왔는데도 엄청나게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래서 이 배우라면 믿고, 큰 역을 만들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이서환은 "감독님은 저에게 '귀엽게 해달라'고 하셨다"며 "제가 나이가 50인데, 20살때도 못들었던 말인데 어떡하나 했다"고 자폭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오징어게임'을 찍을 때 생활고를 겪었다"며 "출연료 3억원이라니,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면서 외신에서 나온 출연료 보도를 직접 해명했다. 다음은 이서환과 일문일답▲ 작품을 마친 소감이 어떤가.
아쉽다. 너무 죽고 싶지 않았다. 정통으로 맞고 갔다. ▲ 작품의 인기를 체감하나.
저는 잘 못 하는데, 아내가 하고 있다. 저는 친구가 많지 않다. 그런데 아내는 지인들이 많아서 10년 만에 연락이 오는 사람도 있다더라. 저는 댓글 반응을 많이 찾아보는데, 반응이 좋아 다행이다.
▲ 시즌1의 기훈과 같은 분위기의 캐릭터였다.이번엔 저에게도 도전이었다. 강제로 도전하게 된 거다. 부담됐다. 시즌1의 결을 유지해 달라고 하시더라. 감독님이 믿어주셨고, 그래서 감사했다. 제가 시즌1을 할 때 누가 예상했겠나. 그게 이렇게 잘 됐고, 제가 다시 나올 걸 상상도 못했다. 단역만 많이 하던 시절이라 뭐가 들어왔다고, '오징어게임'이라고 하는데 '하겠냐'고 하더라. '제목이 이게 진짜야?' 했다. '놀면 뭐 하냐, 하자' 하고 한거다. 심지어 집 테이블에 뒀다. 보통 아내가 제 대본을 같이 보는데, 제목을 보더니 '이제 이런 것도 하는구나' 했다. 제가 '혹시 알아 잘될지' 했는데, 정말 잘됐다.
▲ 감독님의 디렉션이 세밀하다고 알려졌는데, 어떤 요구가 있었나.
변한 친구를 보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추가적으로 '귀엽게 하라'고 하셨다. 정배가 귀여워야 보는 사람들이 몰입하고, 몰입돼야 더 임팩트가 있을 거라고 했다. 나이가 50살이 넘었는데, 20살에도 못 들었던 얘길. 그런데 감독님이 저에게 '귀염상'이 있다고 하시더라. 저는 모르겠다. 투정 부리는 장면들에 넣어보려 했는데, 저만 아는 거 같다.
▲ 귀여우면서도 강인한 해병대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전 방위였다. 대한민국 마지막 방위였다. 총을 잡은 적이 없어서 해병대 콘셉트를 들었을 때 유튜브를 보면서 총 잡는 자세나 이런 걸 연습했다. 아파트 공터에 아무도 없는 데 가서 총도 '드드드' 하고, 포복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봤으면 '간첩이다' 했을 거다. 휴대폰으로 직접 찍으면서 자세를 연구했다. 해병대 출신이라는 게, 전역한 지 30년 가까이 됐는데도 자전거 처음 배웠을 때처럼 그때의 감각이 자동으로 나오는 거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남성이 그러겠지만, 군대 갔다 오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지 않나. 그러다 사회가 사람을 찌들게 만드는데, 게임장에 들어와서 뜨거웠던 그 시절의 모습이 발현된 게 아닌가 싶다.
▲ 그런데 그 해병대 대사 때문에 베트남 보이콧 이슈가 있었다.
'이거 오해인데 어떡하나' 싶었다.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2대 독자를 해병대에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이다. 월남전이 아니라.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2대 독자를 해병대에 보냈으니 훌륭하다' 이런 건데, 베트남 분들은 마음이 아플 수 있을 거 같다. 이걸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싶었다. 배우들 한마디 한마디에 책임이 엄청나다는 걸 느꼈다. 전 그전까지 그걸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그걸 느꼈다.
▲ 실제로는 연기 호평을 가장 많이 받았다.
저는 무대 연기를 했었고, 그때 너무 튀었다. 그래서 '매체 연기를 해봐라' 라고 얘길 들은 게 10년 전이다. 다를 게 없다. 하던대로 했다.
▲ 워낙 유명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게 됐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기대감도 있었을 거 같다.
큰 기대를 한 거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서 기분 좋다. 이틀에 한 번씩 가는 빵집이 있는데, 저를 보는 눈빛이 다르다. 그때가 뿌듯하다.
▲ 시즌1과 시즌2의 차이를 가장 큰 차이를 느낄 거 같다. 외신에서는 조연들도 출연료가 3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로 출연료에 큰 변화가 있었나.
올려보려고 하고 있다. 갑자기 확 올리면 작품이 안 들어올까 봐 무섭다. 갑자기 비싼 배우라는 인식이 들까 봐 걱정이 된다. 3억? 받았으면 정말 좋겠다.(웃음) 작년에 '오징어게임' 촬영 날짜가 확정된 후 다른 작품을 하기 힘들었다. 촬영 일정을 보니 기훈이랑 계속 같이 나오지 않나. 다른 걸 못 하는 스케줄이었다. 게다가 (촬영장이 있는) 대전에서 계속 있어야 하는 거더라. 저 같은 조 단역 배우는 작품 수가 많아야 한다. 그래서 작년, 재작년 경제적으로 아주 힘들었다. 그러고 촬영이 끝나고 부랴부랴 많이 했다. 3억? 말도 안 된다.
▲ 러브콜은 확실히 많아졌나.
저는 다 모르는데 매니저는 그런 거 같다. 이전엔 '미팅하자'고 하는데, 이제는 '해주세요'라고 한다더라.
▲ 이정재와는 어떻게 호흡을 맞췄나.
정확히 말하겠다. 각자도생이다. 그분도 캐릭터에 대해 파고들어가는 스타일이고, 저는 조연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정재 선배님이 어떻게 하든 맞춰줄 자신이 있었다. 정배 캐릭터로서 잘 가져간다면 나머지 조율은 감독님이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둘이서 도란도란 얘기하는 장면은 같이 사전에 얘기했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을 좋아한다.
▲ 이정재의 연기에 '경이로웠다'고 했다.
먼저 '얼음' 이라고 하는데, 온종일 소리를 질렀는데 다음날 멀쩡하게 와서 하더라. 4일을 찍었는데 계속 그대로 소리를 제대로 지르더라. 저는 그렇게 하면 바로 목이 간다. 너무 경이롭고 놀라운 성대였다. 5인6각도 지치지 않고. '어쩜 저렇게 지치지 않고 지친 척 연기하나' 싶었다. 이래서 '월드클래스하는구나' 싶었다.
▲ 정배와 기훈의 관계는 어떻게 해석했을까.
정배는 시즌1 때 기훈에게 300만원을 못 빌려줘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죄책감이 있었을 거 같다. 그래서 게임장에서 다시 만나 반가웠던 거고. 죽을 때에도 '너 때문에 죽었어'가 아니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해'라는 마음이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할 때도 '쟤, 왜 저래' 이런 정도였다. 그러다 사람이 죽는 걸 보고 '뭐가 있구나'라고 알게 되는 거다.
▲ 실제로도 그런 친구가 있나.
대학교 때 노래 동아리를 같이 했던 친구가 있다. 그런데 졸업 후 연락이 끊겼다. 그러다 5년 만에 나타나서 '결혼한다' 하더라. 그땐 욕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그러고 종종 만나다가 '내가 이번에 '오징어게임'을 찍었는데, 위상이 달라질 거 같긴 하다. 이걸 활용해보자'고 해서 커버곡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올해 3월 시작했다. 채널 이름은 '혼자 내리는 비, 여럿이 내리는 비'라고 해서 '혼비여비'라는 카페 이름에서 따왔다. 친구가 일하던 카페였는데, 제가 거기에 자주 놀러가서 노래도 하고, 기타도 쳤다. 그런 추억이 있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 그래서 그 이름을 쓰게 됐다. '오징어게임2'가 릴리즈가 됐을 때 5, 6개 정도는 공개가 돼 있어야 할 거 같아서 그 전에 오픈했다.
▲ 극중 또 하나의 소울메이트였던 강하늘과는 어땠나.
정말 싹싹하다. 얘길 많이 했다. 해병대에 대한 공감도 많이 하고. 둘 다 해병대는 안나왔지만.(웃음) 저도 몰랐는데 진짜 해병대 출신이 있더라. 타노스 옆에 있던 노재원 씨가 해병대 출인이라고 하더라. 전혀 티를 안냈다. 그래서 '우리가 뭘 했냐' 했다. 속은 느낌이다.▲ 비석치기에서도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4번을 했다. 1번, 3번은 실패했고, 2번은 땅에 부딪히며 성공했다. 4번이 그대로 간 거다. 맞추고 나니 제작부에서 'CG값 벌었습니다' 하더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대기실에서 다들 엄청나게 연습했다. (조)유리 씨는 딱지치고, 저는 비석치고. 소리가 나서 딴 곳에선 못하지 않나. 납작한 돌 3개 해놓고 계속 던졌다.
▲ 실제로도 골목길에서 비석 치기를 잘했나.
실제로 잘한 건 딱지였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 사회인 야구단 엄두도 못 냈다. 그래서 유리 씨에게 조언을 많이 해줬다.
▲ 실제로 참석한다면 어디에서 탈락할 거 같나.
전 처음부터 죽을 거 같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부터 죽었을 거다.
▲ 게임 중에 가장 재밌던 건 어느 것이었나.
5인6각이 가장 재밌었다. 3번째 '둥글게 둥글게'는 위에서 보면 크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세트에 들어가니 '스즈메의 문단속'같이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아, 이게 1000억원의 위엄이구나' 싶었다. 다른 세트는 보지 못했다. 죽어서. 놀러 가려고 했는데 '이제 못 들어가요' 하더라. 그래서 시즌3는 하나도 못 들어갔다. 그래서 시즌3 내용도 모른다. 회식 자리에서 '시즌3 게임 뭐나와?' 이렇게 취해있을 때 물어보는데, 다들 그렇게 술에서 확 깨더라. 딱 입을 닫더라. '대단하다' 싶더라.
▲ 계약서에 위약금이 쓰여 있나.
써 있었다. 정액이었다. 액수에 대해서도 말하지 말라고 써 있었다. 저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웃음) 죽었다고 해서 아무거나 말할 수 없다. 이 계약 때문에 친구도 다 떨어졌다. 술 먹으면 얘기하라고 할 거 같아서 전화를 안 받았더니 이제 연락도 안 온다. 원래도 없던 친구들과도 다 헤어졌다.
▲ 촬영장 티테이블이 엄청났다고 하더라.
저희끼리 '오징어게임'의 '쭈꾸미 매점'이라고 했다. 시리얼도 부어 먹을 수 있고, 먹을게 정말 다양했다. 그런데 그게 좋은데, 다른 데 갔더니 초라해 보이더라. 그게 원래 정상인 건데. '쭈꾸미 매점은 환상이었다'고 잊으려 노력하고 있다.
▲ '오징어게임' 시리즈가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최대한 그런 걸 느끼지 않으려 한다. 나도 모르게 어깨에 '뽕'이 들어갈까 봐. 그걸 느끼지 않으려 한다.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농담이다. 주변에서는 느껴지길 바라지만.(웃음) 딸도 굳이 숨기지 않더라. 초등학생인데, 학교에서 선생님이 와서 악수했다더라. 넷플릭스에서 굿즈를 줬는데, 아이가 학교에 가져가려고 해서 '가져가는 거 아니야'라고 했다.
▲ 글로벌 프로모션도 처음 경험한 거 아닌가.
너무 힘들었다. 티키타카가 돼야 재밌는데, 통역을 해야 하니까. 한 다리 건너는 동안 졸린 거다.(웃음) 번역을 하는 동안 '생각할 수 있다'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야 생각하지. 했던 얘기도 계속하고. 그렇게 한 8시간 정도 했다.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져서 힘들었다.
▲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나.
연기 말고 할 줄 있는게 뭐 있냐고 하더라. 그래서 노래했다. 놀라더라. 담배를 한무더기 피울 거 같은 사람이 미성으로 노래하니까.
▲ 뮤지컬로 데뷔해 오래 무대 연기를 선보였다. 다시 무대로 돌아갈 생각은 없나.얼마든지, 불러만 준다면 갈 거다. 매체로 옮겼는데, 저는 부르면 가야 한다. 지금까지 좋은 작품에서 불러주셨지만, 공연을 하면 이걸 100% 놓치는 거다. 제가 주인공이 아니라 원캐스트로 출연하다보니 다른 걸 하지 못한다. 그런데 제 연령대에 주인공을 하기 힘들다. 정성화가 저보다 한살 어린데 경이롭다. 그 나이에 지니를 한다. 저는 하다가 쓰러질 거 같다. 그래도 시켜주면 한다. 이 말은 모두가 볼 수 있게 궁서체로 해달라.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