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그쪽으로 경찰 뜬대요"…대놓고 음주운전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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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음주사고 느는데연초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 중인 경찰이 운전자들의 ‘꼼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음주운전 단속 위치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앱이 인기를 끌면서 단속 효과가 약화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앱들을 제지할 적극적인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단속 피하기 '앱' 난립에 애 먹는 경찰
음주단속 기피에 악용되는 '정보공유 앱'
경찰 '스팟 단속'으로 대응 중
전문가들 "앱 제지할 적극적 방안 마련해야"
○좀처럼 줄지 않는 음주운전
6일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금요일인 지난 3일 음주운전 단속 정보를 공유하는 앱 ‘더더더’의 사용자 수는 1492명으로, 목요일인 2일(1226명)보다 약 21.7% 많았다. 더더더는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위치나 사고 구간 등을 지도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앱이다. 월 사용자 평균은 2만4000여 명으로, 술자리가 늘어나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이용자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인다.연말연시인 12월~1월은 직장 회식과 각종 모임이 많아 음주운전 사고가 급증하는 시기다. 경찰청의 ‘2024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만3042건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중 12월 교통사고 건수는 123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해 1월(1232건)과 함께 월별 사고 건수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지난해 말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외식 경기가 위축됐지만, 술 소비량은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주류업계의 전언이다. 한 주류회사 관계자는 “연말 단체회식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지만, 개인 술 소비가 늘어나며 매출은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예년과 다름없이 연말연시 음주운전 단속을 진행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에도 관악경찰서 특별 음주단속에서 면허정지 1건, 훈방 1건, 자동차관리법 위반(구조변경) 1건이 적발됐다. 문제는 음주 단속을 회피하려는 정보 공유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한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 앱 스토어 기준 ‘더더더’는 누적 다운로드 횟수가 100만 건을 넘었고, 유사한 앱 ‘피하새’와 ‘꼬끼오내비’도 각각 50만 건, 1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됐다.
이러한 앱들은 사용자들이 경찰의 음주 단속을 목격하면 앱을 통해 단속 구간과 시간을 제보하고 포인트를 얻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앱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에겐 해당 위치가 지도에 표시돼 경찰의 단속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다. ‘피하새’의 경우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단속 예상 지점을 안내해 주는 기능도 있다.
자동차 동호회나 커뮤니티에서도 단속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활발히 올라온다.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12월 25일 네이버의 한 자동차 동호회 카페에는 “유천IC에서 음주단속 중이니 대리운전을 이용하라”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X(옛 트위터)에서도 음주정보 단속 정보가 알음알음 공유되고 있다. 서울 일선서 소속 교통경찰 이모 씨는 “인터넷 사용에 능숙한 20~ 30대 운전자들은 단속을 쉽게 피하니 마치 술래잡기를 하는 기분”이라며 “꼼수 때문에 음주단속의 힘이 약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 ‘도깨비 단속’도 역부족
경찰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단속 지점을 수시로 변경하는 ‘스팟성 단속’을 시행 중이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앱에서 사용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어서 이를 제재하기 어렵다”며 “단속 지점을 20~30분 단위로 옮기며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20대 국회에서 음주단속 정보 공유 앱을 불법화하자는 취지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소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결국 폐기됐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수년 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 뉴욕 경찰은 2019년 구글에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Waze)’에서 음주단속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뉴욕 경찰은 “이 같은 정보 공유는 공공 안전을 위협하고 법 집행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해 음주운전에 악용되는 앱들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앱 때문에 단속의 효과성이 저해되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진다”며 “앱의 등록을 제한하거나 제작자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