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용 침대부터 軍 드론까지…종이의 '무한 변신'

친환경 종이혁명
(上) 쓰임새 늘어나는 골판지

효용성·가성비로 활용범위 확산
軍, 골판지 정찰 드론 만들어
기존 플라스틱 포장재도 대체
생분해 특성이 최대 장점
‘레이더에 안 잡히는 골판지드론, 300㎏ 무게를 견디는 종이소파, 생분해되는 셀룰로오스 용기….’

일상 생활과 밀접한 소비재부터 방위산업 분야까지 종이의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과 제지업계의 기술 발전이 맞물려 친환경 특성을 지닌 종이 성분 소재가 플라스틱 등 기존 범용 산업 소재의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과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선수들의 활약 못지않게 눈길을 끈 건 숙소에 놓인 골판지침대였다. 골판지침대는 저렴한 데다 분리 후 다른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어 ‘저비용 올림픽’을 치르는 데 효자 노릇을 했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골판지 가구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3년 종이 가구 전문기업 페이퍼팝을 창업한 박대희 대표는 6일 “종이침대를 2019년 처음 내놨는데 도쿄올림픽 이후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페이퍼팝이 제조하는 제품군은 360여 가지다. 최고 히트상품은 단연 종이침대로 누적 3000개 넘게 팔렸다.

페이퍼팝은 국내 골판지 제조기업 태림포장뿐 아니라 골판지원지 제조사인 태림페이퍼와 아세아제지 그리고 한솔페이퍼텍 등으로부터 종이를 받아 가구를 제조한다. 박 대표는 “제품 사용 목적에 따라 종이 원료를 배합해 제품을 만드는데, 종이침대나 소파는 300㎏, 종이 책장은 150㎏까지 무게를 견딜 수 있다”며 “일반 가구는 버릴 때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데 종이 가구는 그럴 필요가 없어 사용자 편의성까지 갖췄다”고 강조했다.

전 산업의 디지털화에 따라 글로벌 제지산업이 위축됐지만, 페이퍼팝처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곳도 있다. 최근 제지산업과 연계해 각광 받는 부문은 방산 분야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은 올해 골판지드론을 100여 대 납품받아 드론작전사령부에 배치할 예정이다. 국내 골판지 회사로부터 공급받는 방산기업이 골판지드론을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판지드론은 종이비행기인 만큼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요격이 쉽지 않아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수 처리를 하지 않아도 재질 특성상 레이더에 거의 포착되지 않아 스텔스기와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재활용이 쉽고, 흙 속에 묻어두면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특성 덕분에 국내에서도 종이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종이는 한 번 사용됐더라도 분리 배출해 모은 뒤 재활용 공정을 거치면 종이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가장 각광 받는 분야가 플라스틱 대체재로서의 종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지난해 북미지역에서 배송되는 제품의 파손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에어 필로의 95%를 재활용 종이 포장재로 바꿨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프렌즈 등이 온라인몰에서 사용하는 모든 포장재·부자재를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고 있다. 유정용 강원대 목재·종이과학부 교수는 “종이는 무게 대비 강도가 뛰어나고, 국내에서는 수거가 잘돼 재활용이 쉽다”며 “나무에서 시작해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소재”라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