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 짐 나르고 수영장 청소…육체노동도 'AI 로봇'이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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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5월마트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를 ‘10분 배송’ 지역으로 분류한다. 매장 반경 10마일(16㎞) 안쪽에서 주문하면 10~30분 안에 제품을 받을 수 있어서다. 비밀은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드론에 있다. 구글의 드론 계열사 윙이 운영하는 월마트 ‘드론 배송’ 시스템은 그동안 축적한 비행 데이터를 토대로 알아서 지름길을 찾고, 장애물을 피해 최적의 장소에 물건을 내려놓는다.
'인류 난제' 풀 열쇠 AI
(2) 정신노동 넘어 몸쓰는 일도
'몸 쓰는 AI'…노동 혁신 앞당긴다
'3D 노동' 해결사로 뜨는 AI
월마트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드론 배송 시스템을 공개한다. 사람 손 외에는 대안이 없다던 ‘라스트 마일’(소비자 문 앞까지 배송하는 것)을 드론으로 해결했다.‘AI발(發) 노동 혁신’은 올해 CES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다. 중국 와이봇이 출품한 수영장 청소봇 ‘S2 솔라비전’이 잘 보여준다. 자율주행과 이물질 탐지 능력을 갖춘 이 로봇은 수영장 바닥과 벽에 붙어 다니며 알아서 찌든 때와 얼룩을 제거한다. 잔디를 깎고 눈과 낙엽까지 치우는 ‘실외 AI로봇 청소기’는 미국 주택가의 필수 가전으로 떠올랐다. AI가 3D(더럽고 위험하고 고된) 노동을 대신하면서 인류가 한정된 시간을 창의적인 업무와 휴식 등 더욱 가치 있는 데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CES에서는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또 다른 난제(難題)인 식량 부족 문제를 풀 실마리도 여럿 나온다. 국내 스타트업 미드바는 수증기를 물로 변환해 농업용수를 99% 절약할 수 있는 ‘푸드아크’를 선보인다. 미국 리피팟은 화분에 담긴 식물의 물이 부족한지, 햇빛이 너무 강한지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화분’을 공개한다.
'실외용 로봇청소기' 대거 등장…수영장 물 비우고 벽 이물질 제거
배터리 없으면 스스로 충전소로…정원 구조 파악 후 낙엽 쓸기도
단독주택의 정원 관리는 여간 품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다. 수시로 잔디를 깎고 물을 줘야 하고, 묘목도 가꿔야 한다. 이 귀찮은 일을 직접 하자니 시간이 아깝고, 남에게 맡기자니 돈이 아쉽다. 이런 단순·반복 업무에서 해방될 길이 열렸다. 노동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파워풀한 인공지능(AI) 로봇이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5’에 여럿 등장해서다.○3D 노동 대체하는 AI로봇
미국 로봇업체 야보가 공개한 ‘야보 코어’는 AI 비전을 통해 각 주택의 마당 구조를 입력한 뒤 사람, 보도, 연못 등 장애물을 피해 잔디를 깎고 눈과 낙엽을 치운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도킹스테이션으로 복귀해 충전한다. 실외판 로봇청소기인 셈이다. 야보 두뇌에 장착된 AI는 주인을 인식할 정도로 똑똑하다. 외부인이 마당에 발을 디디는 순간 주인에게 알람을 보낸다. 청소만 하는 게 아니다. 몸무게의 30배에 달하는 1600㎏ 트레일러를 끄는 괴력도 지녔다. ‘따라와’ 기능을 사용하면 물건을 끌며 주인을 따라다닌다.야보의 청소로봇은 그저 보여주기식 제품이 아니다. 대다수 미국인이 앞마당 관리에 엄청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매년 평균 26차례 잔디를 깎고, 12차례 눈을 치우고, 3차례 대청소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노동력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5850달러에 달한다.수영장 청소 로봇도 비슷한 경우다. 수시로 물을 비우고 물때를 없애는 지난한 과정을 로봇이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중국 와이봇이 출품한 ‘S2솔라비전’은 AI 기반 센서를 통해 수영장 구조를 자동으로 파악한 뒤 바닥과 벽에 붙어 다니며 이물질을 제거한다. 바닥과 벽면 청소가 끝나면 수면으로 뛰어올라 쓰레기와 먼지를 흡입한다. 힘이 떨어지면 스스로 태양광 충전소로 돌아오고, 충전이 완료되면 다시 청소를 한다.AI가 여는 ‘노동 해방’은 건설과 농업 현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일본 농기계업체 구보타의 KATR로봇은 240㎏ 짐을 진 채 언덕, 밭, 구덩이 등 어느 지형이든 통과한다. 네 개의 AI로봇 다리가 땅 모양을 인식해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다. 비탈길을 내려가면 앞다리를 들어 수평을 유지하는 식이다.
○사진 촬영·마약 탐지도 AI가
AI로봇의 ‘업무 영역’은 육체노동을 넘어 고도의 지적 노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진 촬영이 그렇다. 삼성전자 사내벤처인 C랩 출신 스타트업 스튜디오랩이 개발한 ‘젠시PB’는 본체 달린 바퀴와 로봇팔로 어디든 움직이며 촬영한다. AI가 얼굴을 인식해 최적의 촬영 구도를 찾아낸다. 촬영 속도는 전문 사진사보다 60% 빠르다. 사진 수백 장 중 가장 잘 나온 것만 고르고 편집하는 작업도 AI가 대신한다. 회사 관계자는 “젠시PB는 상업용 사진 촬영의 90% 이상을 대체할 수 있다”며 “기업 행사나 제품 촬영에 활용하면 관련 인건비를 75%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마약 탐지도 AI 몫이 될 전망이다. 일리아스AI는 이번 CES에서 ‘후각 AI’를 장착한 디지털 마약견 ‘스니퍼도그’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이 마약견은 냄새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한 뒤 분석해 마약류나 특정 화합물을 감지한다.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덕분에 학습을 거듭할수록 탐지 정확도는 높아진다.여러 업무를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일상이 된다. 한국 스타트업 토트는 과일 세척부터 검수, 분류, 포장까지 자동으로 하는 ‘프루트패커’를 내놨다. 프루트패커는 딥러닝 기반 비전 인식을 통해 불량 과일을 걸러내고 과수를 무게와 크기별로 분류한다. 검수가 끝나면 마트에 곧바로 진열할 수 있도록 비닐 포장지에 차곡차곡 넣는다.
라스베이거스=박의명/원종환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