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손배액에 軍복무 예상기간도 포함"…2심서 '취업산정 제외' 대법 판례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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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남아 장래소득 산정 범위서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은 남자의 잃어버린 장래 소득(일실수입)을 계산할 때 병역복무 기간도 포함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단이 나왔다. 이는 ‘군복무 기간 제외’ 원칙을 제시한 25년 전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병역복무 제외하는건 차별 초래"
병사 봉급 등 처우개선도 근거로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부장판사 성지용)는 A씨가 카페 사장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최근 이같이 판단했다.
A씨 아들인 C군은 만 5세이던 2021년 9월 B씨가 운영하던 카페에 설치된 수영장에서 배수구에 손이 끼는 사고로 숨졌다. B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금고 1년6월을 선고받았고, A씨는 B씨를 상대로 이 사건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는 안전조치에 관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일실수입 손해 산정 범위는 C군이 성년이 된 날에서 18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불법행위 피해자가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은 대한민국 남자인 경우 병역복무 기간이 가동 기간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2000년 대법원 판결이 근거가 됐다. 이에 A씨는 “병역복무 기간도 일실수입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며 항소했다.2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헌법은 평등의 원칙과 병역의무 이행에 따른 불이익한 처우 금지 원칙도 선언하고 있다”며 “병역복무 기간을 가동 기간에서 제외하는 것은 군 복무로 인한 불이익한 처우를 야기해 병역 의무가 없는 사람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2000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될 무렵과 2024년 기준 병사 봉급이 병장 기준 94배 이상 차이 나는 등 병사 처우가 크게 개선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군 복무를 하기 전에 사고가 발생해 일실수입을 아예 받지 못하게 된다면 병역의무가 있는 사람 사이에서도 우연한 사정에 따라 실제 수입과 기대 수입이 달라지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1심 인정액보다 1420만원 증가한 1억8447만원과 지연손해금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민경진/곽용희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