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가 대표"…반쪽 된 새마을금고 혁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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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개정안 오늘 공포…'지배구조 혁신' 후퇴정부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홍역을 앓은 새마을금고에 대해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선다. 새마을금고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한국은행이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고객 재산을 보호하도록 했다. 정부가 부실 징후가 나타난 금고를 ‘부실금고’로 지정해 경영개선 요구나 명령 등을 내리는 적기시정조치도 도입된다. 그러나 애초 새마을금고 혁신안의 핵심으로 꼽히던 지배구조 관련 내용이 상당수 빠져 ‘반쪽짜리 개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무·지도이사 자리 없앤다더니
그대로 둔 채 인사·예산권 부여
지역이사도 축소 않고 13명 유지
'이사장 중임제' 도입 내용도 빠져
중앙회장은 '4년 단임제'로 변경
상근감사 두고 상시 감시 체제로
○ 부실금고엔 적기시정조치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의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지난달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일 공포된다고 밝혔다. 2023년 7월 발생한 뱅크런 사태 이후 약 1년6개월 만이다.같은 해 11월 행안부와 관계기관 등은 새마을금고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경영혁신안을 마련했다. 이번에 시행되는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은 경영개선을 위한 적기시정조치 도입, 새마을금고중앙회장 4년 단임제, 대규모 금고 상근감사 선임 및 외부감사 의무화 등을 핵심으로 한다.
새마을금고 외부 통제 방안으로 부실금고 기준과 그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적기시정조치가 법제화됐다. 금융감독원처럼 행안부 장관이 부실(우려)금고를 지정한 뒤 이에 맞는 조치를 권고, 요구,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유동성 및 건전성 위기 해소 방안도 포함됐다. 그동안 정부만 새마을금고 예금자보호준비금에 자금을 대여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한국은행과 금융회사로 차입 대상이 확대됐다. 새마을금고 부실채권 정리를 전담하는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하는 조항도 들어갔다. 현재 부실채권 정리를 맡는 MCI대부는 대부업체여서 자기자본의 10배 이내로만 차입할 수 있다. 자산관리회사가 되면 이 같은 규제에서 자유로워진다.
○ 지배구조 개혁 상당수 빠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의 권한이 분산되고 감시 체계도 강화된다. 회장 역할은 금고 대표 대외활동과 이사회 의장으로 한정된다. 그 대신 중앙회 전무이사와 지도이사에게 소관 업무 대표권과 인사권, 예산권을 부여해 전문경영인 대표 체제를 확립할 수 있도록 했다. 총자산 500억원이 넘는 대규모 금고는 의무적으로 상근감사를 두도록 해 상시 감시체계로 전환했다.하지만 애초 혁신안의 핵심으로 꼽힌 지배구조 개선 관련 내용은 법안에서 상당수 빠졌다. 앞서 행안부는 혁신안에서 지역 이사(단위금고 이사장)를 13명에서 8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역과 결탁할 가능성이 큰 이사들이 중앙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최종 공포 개정안에는 지역 이사 수를 그대로 유지하고, 전문(사외) 이사를 4명에서 9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금고 이사장들이 편법으로 ‘종신 권력’을 행사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이사장 중임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검토 대상에 올랐지만 최종 법안에선 제외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구 표를 의식한 국회와 행안부가 단위금고 이사장 권한을 축소하는 안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새마을금고 전문경영인 체제도 혁신안 내용에서 상당 부분 수정됐다. 혁신안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전무·지도이사 자리를 없애고 경영대표이사 제도로 개편하기로 했지만, 최종안은 전무·지도이사 제도를 유지하면서 이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회 통과 당시 입법조사관들이 다른 법안과 연계성 검토가 어렵다고 난색을 보여 경영대표이사를 빼기로 했다”고 했다.
서형교/오유림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