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외환보유액 4156억 달러…2019년 이후 '최저'
입력
수정
지면A2
외환당국, 환율 방어 위해지난해 말 외환보유액이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1년간 환율이 계속 올라 시장 안정을 위한 개입이 필요했던 영향으로 분석됐다.
3분기까지 74억 달러 순매도
최근 적극 개입 대신 미세조정
지난달 되레 2.1억 달러 늘어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6억달러로 2023년 말 4201억5000만달러에 비해 45억5000만달러 줄었다. 외환보유액은 2022년 4631억2000만달러 이후 3년 연속 감소해 2019년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연중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2일 1300원40전으로 출발한 환율은 연말 1472원50전으로 마감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전 환율인 1402원90전도 연초에 비해 100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외환당국은 이 과정에서 달러 순매도를 통해 시장 변동성 관리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집계된 외환당국의 달러 순매도 규모는 74억1900만달러에 이른다.
다만 작년 12월 말 외환보유액은 11월 말보다 2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비상계엄 이후 급격히 오르는 환율을 잡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대량으로 사용했을 것이라는 그동안의 관측과 맞지 않는 데이터다.시장에선 한은이 적극적인 시장 개입보다는 변동성을 줄이는 ‘미세 조정’ 방식의 제한적 개입을 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외환당국은 지난달 “변동성이 심해지면 시장 안정 조치를 할 것”이라고 구두 개입성 발언을 여러 차례 했지만 시장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분기 말 효과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늘어난 것도 외환보유액 증가 요인으로 거론됐다. 금융기관이 국제결제은행(BIS)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위험자산을 운용하는 대신 달러를 한은에 예치했다는 것이다. 외환보유액 자산 중 예치금은 지난해 12월 말 252억2000만달러로 11월 말 대비 60억9000만달러 불어났다. 한은 외자운용원이 외환보유액 운용을 통해 얻은 이익도 지난달 외환보유액에 더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작년 11월 말(4154억달러) 기준으로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