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블링컨 방한 날 중거리미사일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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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엔진 탑재 '극초음속' 추정북한이 6일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올 들어 첫 탄도미사일 발사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서울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시작한 직후 발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2주 앞두고 이뤄진 군사 도발인 만큼 트럼프 2기의 ‘레드라인’을 시험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1100여㎞ 비행…요격은 어려워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낮 12시께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미사일은 1100여㎞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 군은 해당 미사일이 극초음속 IRBM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극초음속 IRBM은 타격 지점까지 마하 6 이상 속도로 날아드는 미사일로 현존 무기 체계로는 요격이 어렵다. 사거리는 3000~5000㎞로 엔진 성능이 보장되면 미국 증원 전력이 출동하는 미국령 괌까지 사정권에 들어온다.북한은 지난해 1월과 4월 각각 평양 일대에서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극초음속 IRBM을 시험 발사하며 ‘성공적 발사’라고 주장했다. 이번 미사일은 지난해 4월 발사한 미사일의 개량형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 기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둘러보는 모습을 공개했다. 합참은 지난달 23일 “북한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 전후로 극초음속 IR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의 고별 방한에 맞춰 감행된 이번 미사일 발사는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향한 의도된 도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북한은 지난해 11월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 이후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는 오물풍선도 살포하지 않는 등 도발을 자제해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이번 발사는 대미 기선제압용으로 보인다”며 “작년 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밝힌 ‘최강력 대미대응’ 전략이 빈말이 아님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평가했다.
양길성/김동현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