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글로벌 기업 임원처럼"…호텔서 한달살기 열풍에 '대박'

성형·학원·재건축 수요에…레지던스 호텔 신축 ‘봇물’

앰배서더풀만 서울, 올 하반기 오픈
임피리얼팰리스·더보타닉세운도 가세
한달살기·디지털노마드族 몰려와
학원·집수리 등…내국인들도 가세
“레지던스 수요폭발은 세계적 현상”
1~2달 이상 오래 체류하는 사람을 타깃으로 한 레지던스 호텔 설립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기업 임원이나 대사관 직원 등 한정된 수요에서 벗어나 성형 관광부터 재건축 이주, 대치동 학원가 통학 등 다양한 수요가 새롭게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호텔도 레지던스 붐

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 남산 인근 앰배서더 풀만 호텔은 올 하반기 약 40실 규모의 레지던스 객실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0년초 화재로 인해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한 이 호텔은 2022년 일반 객실부터 문을 열었다. 레지던스 객실 공사가 늦어진 건 최근 관련 수요가 빠르게 커지면서 차별화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호텔 관계자는 “2베드룸, 3베드룸 위주의 대형 럭셔리 콘셉트로 경쟁 우위를 가질 것”이라며 “가격은 비싸겠지만 객실을 채우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호텔 뿐만이 아니다. 서울에선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레지던스 호텔 설립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에는 그랜드머큐어 임피리얼 팰리스가 90실 규모의 레지던스 객실을 서울 강남에서 선보였고, 서울 을지로에선 더 보타닉 세운 명동이란 이름의 레지던스 호텔이 영업을 시작했다. 중소형 호텔 중에선 UH스위트가 작년 8월 서울 강남에 레지던스 호텔 문을 열었다. UH스위트는 명동에만 3곳의 레지던스 호텔을 선보이는 등 서울에서만 총 10곳을 운영 중이다.
일부 객실을 레지던스 형태로 바꾼 곳도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서울 남대문시장 인근 레스케이프호텔은 지난해 ‘부티크홈’이란 객실을 내놨다. 객실 내 냉장고, 인덕션, 정수기, 오븐 등 주방 시설이 완비되어 있고 의류 관리기와 와인 셀러 등도 갖췄다.


외국인 뿐 아니라 내국인도 선호

레지던스 호텔이 국내서 빠르게 확산하는 것은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레지던스 호텔은 외국인 주재원이나 출장객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이 때문에 주재원, 출장객이 많이 오가는 서울 광화문이나 여의도를 중심으로 레지던스 세워졌다. 프레이저 플레이스, 서머셋 팰리스,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로운 수요가 생기기 시작했다.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옮겨 다니면서 일을 하는 ‘디지털 노마드’를 비롯해 서울에서 한 달 살기를 희망하는 외국인 관광객, 성형 목적으로 들어와 관광도 함께 하는 의료 관광객 등이었다.
최근엔 내국인들까지 레지던스 호텔을 많이 찾는다. 그랜드 머큐어 임피리얼 팰리스 관계자는 “요즘은 집 리모델링을 하거나, 재건축으로 이주해야 할 때도 레지던스 호텔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이 호텔 인근 압구정동 등지에선 서울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방학 때마다 유학생들이 대치동 학원가로 몰려와 인근 레지던스에서 1~2달 머무는 수요가 요즘 부쩍 커졌다”며 “최근엔 지방 학생들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호텔 입장에서도 레지던스 객실의 운용 리스크가 크게 낮아졌다. 레지던스 객실은 일반 객실의 통상 2~3배 크기인데, 가격은 2배 이하로 받는다. 2~3배로 가격을 책정하면 판매가 쉽지 않은데다 오래 체류할 수록 할인폭도 커져서다. 예컨대 한 레지던스 호텔은 1달 이상 계약하면 30%, 3달 이상은 50%를 할인해준다. 때문에 호텔 입장에선 영업이 잘 될 땐 일반 객실을 최대한 많이 파는 게 이득이다. 반면, 영업 상황이 좋지 않을 땐 레지던스 객실이 든든한 ‘안전판’ 역할을 해준다. 경기, 기상 상황, 대형 사고 등 대외적인 변수에 크게 휘둘리지 않아서다.
빈센트 르레이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사장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레지던스 호텔 수요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호텔들이 레지던스 형태의 객실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