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잘 살자'며 기업에서 1년만에 30조원을 걷어간 중국 [서평]

차이나 크라이시스
오세균 지음
파라북스
400쪽
2만2000원
미국과 중국의 분업구조를 일컫는 ‘차이메리카’ 시대가 저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대결 구도는 외교, 경제, 기술, 안보, 정보, 이데올로기, 소프트 파워에 이르기까지 다중적이고 포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출범을 눈앞에 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무역 제재, 고율 관세부터 남중국해와 타이완에서의 군사적 경쟁까지 1기 때보다 중국에 대해 더 강한 압박할 기세다. 반면 중국은 코로나19 봉쇄를 거치면서 4년 전보다 경제적 기반이 더 약해지고 있다. 돌아온 트럼프와 중국의 두 번째 패권 경쟁은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차이나 크라이시스>는 미국과 더불어 G2로 위상을 구가하는 중국이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과 함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는 책이다. 방송사의 중국 특파원으로 베이징과 선양에서 일한 저자는 지난 10년간 중국 전역을 다니며 취재한 기록을 담았다. 권력 집중, 부의 불평등, 경기 침체, 신냉전 초래 등 중국이 안고 있는 내·외부 문제가 망라됐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으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제조업은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저자는 제조업과 첨단기술, 금융 중심지인 광저우에서 매년 열리는 ‘캔톤페어’의 모습을 보여준다. 잠실운동장 15개 크기의 대형 전시장들이 꽉꽉 찼던 과거와 달리 미국 바이어들이 줄며 썰렁해졌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광저우 옆의 둥관은에는 텅 빈 창고와 불 꺼진 공장 건물이 넘친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상당수 중소 제조업체들이 도산하거나 폐업했다.

시진핑 주석은 2021년 고속성장에 따른 부작용인 도농 격차, 소득 불평등을 해소를 위해 ‘공동부유’를 꺼냈다. 인위적 개입으로 부유층과 기업의 부를 대중의 몫으로 돌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첫 번째 타깃은 그동안 잘나가던 소위 빅테크 기업이었다.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핀둬둬 등 6대 기업으로부터 1년 만에 30조원의 기부금을 걷었다.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장은 중단됐고 디디추싱은 상장 폐지됐다. 마윈, 마화텅 회장 등은 너나 할 것 없이 몸을 바짝 낮췄다. 연예인, 의사 등 고소득자는 모두 ‘공공의 적’으로 몰리며 공동부유의 타깃이 됐다. 강력한 사교육 규제에 학원가는 썰렁해지고 학군 지역의 집값은 내려갔다. 정부의 규제 강화는 이전부터 불안불안했던 부동산 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했다. 헝다, 비구이위안 등 수많은 대형 부동산업체가 자금난에 몰리면서 디폴트에 빠졌다.

중국의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는 인구 감소 재앙이다. 지금은 철폐됐지만 오랜 한 자녀 정책으로 지방 소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와 불경기로 인한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지역경제가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앞으로 ‘중국의 잃어버린 10년’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