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이후 경력직 간호사 선호"…20대 여성 '직격탄'

한국노동연구원 '20대 여성 보건업 고용 부진' 연구
의정 갈등 이후 일감 축소로 신규 간호사 채용 뚝
PA 확대해도 일반 간호사 인원 충원 없어
"의정 갈등 당시 뽑은 간호사 절반은 대기발령"
간호사 이직률도 뚝...보건업 인력 시장 체질 바뀌어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2월 시작된 의료 대란이 장기화하면서 여성이 대다수인 20대 신규 간호사들이 취업 시장에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경증 환자 감소로 인한 업무 강도 저하와 PA간호사(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간호사) 증가, 병원 구조조정도 20대 여성의 취업의 장애물로 꼽혔다.

7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김종욱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조규준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대 여성 보건업 고용 부진과 신규 간호직 채용의 변화'에서 이같이 밝혔다.간호사 등이 포함된 '보건업'에 20대 취업자 수는 거의 매 분기 30만명에 육박한다. 수년째 전체 보건업 취업자 대비 20대의 비중도 25%를 웃돌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특히 20대 보건업 취업자 가운데 여성의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84.1%에 달할 정도로 20대 여성들의 주요 취업 분야다. 간호사 자격 취득자도 매년 2만명에 육박해 인력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지난해 20대의 상반기 분기별 취업자는 29만 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만 3000명이 줄었다. 전체 보건업 취업자 대비 20대 비중도 24.5%로 전년 동기 대비 2.2% 떨어졌다. 취업자와 비중 모두 처음으로 30대에게 추월당했다. 연구진은 "전체 보건업 고용은 지속해서 늘어났지만 20대 여성 보건업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의정 갈등 이후 일감 축소를 채용 감소의 원인으로 꼽았다. 심층 인터뷰(FGI)에 참여한 한 병원 노조 관계자는 "전공의를 대체할 인력은 간호 관련 인력들이지만 일감 자체가 줄다 보니 인력을 늘리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원 인사담당자도 "지난해 2월 20일 의정 갈등이 시작되면서, (그때 당시) 뽑아놓은 인원들 대부분 발령 대기 상태"라며 "올해는 채용 계획 자체를 취소했다"고 밝혔다.의정 갈등에 대비한 'PA 간호사' 업무 확대도 되레 신규 채용 부족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 의료원 관계자는 "PA 간호사들은 최소한 3년 이상 현장에서 일을 한 사람만 할 수 있어서 외부 채용도 안 되고 내부 선발만 하고 있다"며 "(일반 간호사 중) PA 간호사 전환자가 생겨도 (일반 간호사와 같은 티오라) 빈자리를 채우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의정 갈등 이후 간호사 취업 시장의 분위기 자체가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간호직은 그간 업무 수요가 충분해 결혼·출산 후 재취업이 쉬운 편이었다. 격무 등으로 인해 이직률도 타 직종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연구진은 "대형병원은 경증 환자에 대한 일반 간호사 수요가 줄면서 업무 총량이 줄었다"며 "격무로 인한 이직이 발생하기 어려워졌고, 간호직 노동 시장의 불확실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져 퇴직 후 노동시장 재진입을 확신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 병원 인사담당자도 "의정 갈등 이후엔 일반 병동 기준으로 일도 수월해진 편이고 새로이 직장을 옮길 곳도 마땅치 않은 현실이라 생각해서인지 이직률이 1/3로 줄었다"라고 설명했다.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도 신규 간호사 취업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중증환자 비중 70%까지 상향, 일반병상 최대 15% 감축 등을 목표로 세웠다. 이에 따라 서울 소재 병원은 병상이 1500개 이상 대형병원의 경우 일반 병상 비중을 15%, 그 외 상급종합병원은 10%까지 감축해야 한다.

연구진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은 향후 간호직 채용 변화로 이어져 20대 보건업 고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형병원에서 발생하는 신규 입직 간호사 적체 영향은 규모가 더 작은 의원 단위의 간호직 고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기존 병원들이 의료 행위자 역할을 넘어 지역 돌봄 체계에 포함된다면, 간호 인력이 의료와 복지의 경계에서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게 될 것"이라며 "고령화와 기술 발전이 맞물리면서 간호직 고용에 새로운 기회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