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추더니…'월 50만원' 구직촉진수당 '초유의 사태'
입력
수정
"구직촉진수당 지급 지연될 수도"국민취업지원제도 중 하나인 '구직촉진수당'이 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지급이 지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선발 기준 완화로 참여 인원이 대폭 늘어난 데다가 예산 삭감까지 겹치면서다. 법으로 정해진 지급 기한을 초과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구직촉진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취약계층 구직자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일용직 아르바이트라도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불안에 떨고 있다.
고용부 제도 도입 이래 최초 공지
"생계비인데"…구직자들 '발 동동'
수요와 따로 노는 예산 지적
고용부 "질적 지원에 초점"
"구직촉진수당 지급 지연될 수도"…고용부 제도 도입 이래 최초 공지
7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구직촉진수당 관리·감독 위탁기관에 "구직촉진수당 지급이 지연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지급 지연이 현실화한다면 제도가 시행된 2021년 1월 1일 이래 초유의 사태다. 한 위탁기관 관계자는 "(고용부에서) 이번 연도 행정업무 처리상 지급이 밀리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이런 안내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구직촉진수당 지급이 평소보다 더 늦을 수 있다고 전달받았다"고 했다.구직촉진수당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지원과 취업 서비스를 제공해 구직 활동을 돕는 고용부의 취업 지원 제도다. 매월 50만원씩 6개월 동안 생계비 명목 등으로 최대 300만원을 받는 1유형과 직업 역량 개발에 필요한 직업훈련비 등을 지원받는 2유형으로 나뉜다.1유형의 경우 근로 능력과 구직의사가 있는 국민이 △15세~69세 △중위소득 60% 이하(2025년 기준 143만5208원) △가구원 합산 4억원 이하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참여할 수 있다. 1유형은 세부적으로 △요건심사형 △선발형(비경제활동) △선발형(청년특례)으로 구분된다.
"당장 생계비인데"…취약계층 구직자들 '발 동동'
소득 기준이 낮은 만큼, 1유형에 참여하는 구직자들은 구직촉진수당으로 생계를 일정 부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번 지급 지연 우려가 제기된 뒤 1유형 참여자들은 좌불안석이라고 입을 모았다. "생계비는 당장 필요한 돈인데, 늦게 지급되면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구직자 A씨는 "취업 준비하는데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느껴져서 신청하게 됐다"면서 "담당 기관과 면담도 지급 부적격 판정을 받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이행했는데 지급 날짜가 불분명하다고 해서 당황스럽다"고 했다.구직자 B씨는 "구직촉진수당은 구직자들의 생계유지를 지원하기 위해서 지급하는 것인데 지급이 지연되면 제도 취지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며 "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확실한 지급 날짜를 전달받는 것"이라고 했다.
나이·소득 기준 대폭 완화에 참여 인원 '폭증'
구직촉진수당 지급 지연은 선발 및 지급 기준 완화와 예산 삭감이 겹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4년 2월 고용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참여 가능한 청년 연령을 종전 34세에서 37세까지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1유형 선발형(청년특례)의 지급 연령도 동일하게 늘어났다. 병역의무 이행으로 취업 준비에 공백이 생기는 점을 고려한 '선발 기준' 완화다.또 고용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 도중 아르바이트 등으로 구직촉진수당(월 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해도 구직촉진수당 일부를 받을 수 있도록 '지급 기준'도 완화했다. 이전에는 구직촉진수당 월별 지급액(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할 경우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으나,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하더라도 감액해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여러 기준이 완화되면서 구직촉진수당 1유형 참여 인원은 2024년 24만8000명에서 올해 30만5000명으로 5만명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할 예산이 동이 나자, 2024년 12월 국무회의에서는 예비비 608억3600만원을 구직촉진수당으로 끌어다 쓰는 안건을 의결하기도 했다.
수요와 따로 노는 예산…고용부 "질적 지원에 초점"
이처럼 참여 인원이 대폭 늘어나고 집행 예산이 부족한데도, 예산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국민취업지원제도 예산은 2023년 1조2255억원에서 2024년 9425억원으로 3830억원 감소했다. 2025년 예산은 8457억원으로 책정돼 전년 대비 968억원 더 쪼그라들었다. 정책 수요와 예산이 따로 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고용부는 지원 규모 현실화, 정책 조정 등을 통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전에는 목표 인원을 좀 과다하게 설정한 측면이 있어 예산에 구애받지 않고 운영한 측면이 있는데 작년부터 목표 인원을 현실화했다"며 "이번에 현장에 전달한 시그널은 구직촉진수당 지급의 법정 처리 시한을 준수하되 빠른 지급보다는 서비스의 질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예산 내에서 이 제도를 운영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정책의 일부 조정도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수당 지급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점점 취업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을 지원하는 쪽으로 변화할 것 같다"며 "1유형 청년층을 대상으로 취업지원서비스를 좀 더 강화하기 위해서 2유형을 확대하는 쪽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전체 지원 인원 규모는 비슷할 것"이라고 한 만큼, 이는 사실상 1유형의 축소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홍민성/이민형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