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분양가 뛰는데…'무순위 청약' 노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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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분양 아파트 급증그동안 ‘청약 불패’로 불렸던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미계약 물량이 잇따르고 있다. 1순위에서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단지조차 계약을 포기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매수 심리 위축, 분양가 상승에 따른 수요자 부담 증가, 정책 리스크 등이 겹쳐 분양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지역의 무순위 청약 물량 중에서 ‘옥석 가리기’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정책 리스크·매수세 위축에
서울원 아이파크 558가구 등
미분양 속출…무순위 청약
"대단지·역세권 위주 관심을"
마포·강동·은평구서도 '줍줍'
○늘어나는 서울 미분양 아파트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등촌동 ‘힐스테이트 등촌역’은 이달 초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아파트 동호수 추첨 및 계약을 진행했으나 계약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 139가구 1순위 청약 모집에 4960명이 몰려 평균 35.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후 정당 계약과 예비당첨자 계약 과정에서 ‘완판’(완전 판매)을 달성하지 못했다. 힐스테이트 등촌역 미분양 사례를 놓고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초 청약 당시 수천 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계약 포기가 적잖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수요자가 선호하는 전용면적 59㎡ 일부 타입조차 입주자를 찾지 못했다.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정국 혼란으로 인한 매수 심리 악화가 맞물리며 서울 분양 시장에도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아파트는 931가구로 집계됐다. 지난달 청약받은 힐스테이트 등촌역과 중랑구 상봉동 ‘더샵 퍼스트월드’,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 등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서울 미분양 아파트는 2000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상반기에도 서울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대출 조이기와 대내외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최근 대출과 정책 리스크로 서울 아파트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며 “수요자가 정책적 불확실성 때문에 시세 차익이 확실한 단지를 제외하고는 청약을 보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분양 단지, 옥석 가려야
전문가들은 최근 일시적으로 늘어난 서울 무순위 청약을 활용하는 것도 내 집 마련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새 아파트 분양가가 꾸준히 오르는 데다 공급난 우려도 지속돼 아파트 수요가 되살아날 수 있어서다. 주변 기존 아파트와 비교해 공급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지나 역세권에서 1000가구를 웃도는 대단지를 눈여겨보라는 설명이다.이달 힐스테이트 등촌역이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청약에 나선다. 공급가격은 전용 59㎡ 기준 11억원대, 84㎡는 14억원대로 예상된다. 서울지하철 9호선 등촌역과 가깝고 등촌초, 백석중, 영일고 등 학교와 붙어 있다.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고, 주택 수와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
이날 서대문구 홍은동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가 15가구에 대한 8차 임의 공급에 나섰다. 1차 임의 공급 때는 94가구에 달한 미분양 물량이 여러 차례 임의 공급을 거치며 점차 소화되고 있다. 전용 59㎡ 기준 8억원대, 전용 84㎡ 10억~11억원 선이다. 일부 1층 가구는 최초 공급 당시보다 가격이 낮아졌다.서울원 아이파크는 8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무순위 청약을 받는다. 지난해 12월 계약에서 팔리지 않은 558가구(전용 74~244㎡)가 대상이다. 공급가격은 전용 84㎡ 기준 13억원 안팎이다. 은평구 갈현동 ‘연신내 양우내안애 퍼스티지’, 마포구 아현동 ‘마포 에피트 어바닉’, 강동구 성내동 ‘그란츠 리버파크’ 등도 청약홈 혹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무순위 청약을 받고 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