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트럼프 퍼펙트 스톰' 직면한 韓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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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억弗 늘어 사상 최대 수출한빛회의 ‘올해의 무역인상 시상식’이 지난달 17일 열렸다. 한빛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하는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 수상자들의 모임이다. 2008년 7월 발족해 250여 명이 회원으로 있다. 개그맨 남희석 씨가 경품 추첨을 한다며 분위기를 띄워 보려 했지만 잠시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는 계엄 선포로 인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라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美 '관세 폭탄' 다양한 대비책 시급
서정환 부국장
한국 수출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트리플 크라운’ 달성 기대로 고무돼 있었다. 사상 첫 한·일 수출 역전과 수출 7000억달러 달성, 사상 최대 수출 경신이다. 하반기 하나둘 물 건너 가더니 지난달 중순에는 최대치 경신 목표까지 접어야 할 판이었다. 산업부 고위 인사조차 “영업일 기준 딱 하루치(25억달러)가 모자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12월 넷째 주 들어 극적 반전이 펼쳐졌다. 하루 수출이 30억달러에 육박했다. 크리스마스에도 예상 밖 선적이 이뤄졌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치솟자 기업들이 수출 물량을 쏟아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심정이었다. 3·6·9·12월에 수출이 몰리는 분기 말 효과도 더해졌다. 탄핵 정국 탓에 주목받지 못했지만 2년 전보다 2억달러 웃돌며 극적으로 사상 최대치(6838억달러)를 새로 썼다. 산업부에선 이를 하늘이 준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긴다고 한다.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는 96.1로 네 분기 만에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지난해 말 수출을 최대한 밀어낸 만큼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정부의 ‘퍼펙트 스톰’ 공포도 가세하고 있다.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인물이다. 이미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미국이 관세를 올리면 직접적으로 대미 수출이 줄어들고 제3국의 대미 수출 감소 영향으로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타격을 받는다. 삼일PWC는 미국이 한국에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수출은 448억달러(약 63조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반영한 듯 올해 수출은 6940억달러로 작년보다 1.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작년 수출 증가율(8.2%)이나 올 세계 교역량 증가율 전망치(3%·IMF)를 감안하면 보수적인 수치다.
지금부터라도 민관이 한 몸으로 수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중국(19.5%) 미국(18.7%) 중심에서 탈피해 아세안 인도 글로벌사우스(아프리카·남미·중앙아시아) 등으로 수출 지역을 다변화해야 한다. 중국의 대미 수출 급감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간재보다 소비재 수출을 늘려야 한다. K푸드·K뷰티 수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작년 농수산식품과 화장품 수출은 처음으로 연간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중소기업 수출 지원도 필요하다. 정부는 올해 무역금융에 역대 최대인 360조원을 공급한다고 했지만 수출 계약이 줄면 ‘그림의 떡’이다. 일본은 첫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경비의 3분의 2까지, 3000만엔 상한으로 보조금을 주고 있다. 9만5000여 수출 중소기업에서 ‘한국을 빛낸 무역인’이 넘쳐나도록 해야 한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수출 타개책은 어쩌면 주무 부처 장관의 말에 있을지 모른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연초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고, 기회 요인은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경제와 기업을 전방위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정책 실행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