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OSTP' 상설기구로…기업투자회사 신설해 증시 상장해야

과학기술 R&D 컨트롤타워 시급

美, 백악관에 과학기술정책국 두고 관리
韓, 대통령 소속 과학자문委는 거수기 그쳐
부처별 중구난방 R&D 지원 일원화 시급
미국 백악관에 있는 과학기술정책국(OSTP)처럼 한국도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대통령실 인근에 상설기구로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처별 중구난방식 연구개발(R&D) 지원 및 사업화도 일원화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OSTP 국장은 미국 상원의회 승인을 얻어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다. 산하에 기술팀, 사회팀, 국가안보팀, 산업혁신팀, 기후 및 환경팀, 국민보건팀 등 6개 팀을 두고 있다. 각 팀의 권한은 막강하다. 말로만 ‘과학기술 중심 국정’을 외치는 한국 정부와 천양지차다. 기술팀 미션은 ‘미국이 세계를 계속 리드할 수 있게 기술혁신 데이터와 연방정책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회팀은 ‘과학적 혁신으로 분출하는 기술을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게 인프라를 조성하고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 대한 국민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대통령실 정책실장 산하 1명의 수석비서관으로 구성된 한국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와는 위상에서, 기능 면에서 차이가 크다.OSTP는 산하에 국가과학기술심의회(NSTC)와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를 두고 있다. 한국도 이를 벤치마킹해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두고 있다. 하지만 비상설 자문기구라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보건복지부 등 부처에서 올라오는 안건을 접수해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R&D 컨트롤타워가 불확실해 생기는 부작용이 많다. 과기정통부가 지정하는 국가전략기술, 기획재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지원하는 국가전략기술, 산업부가 지정하는 핵심전략기술 등이 제각각인 것이 대표적이다. R&D 결과를 상용화로 연결하는 이른바 ‘기술사업화 체계’도 중구난방이다. 산업부는 기술이전 및 사업화촉진법, 중기부는 벤처기업법, 과기정통부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교육부는 산학연협력촉진법에 따라 ‘각개약진’하고 있다.

손수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관이 주도해 건수 중심의 밀어내기식 상용화 경쟁을 하다 보니 민간 금융자본의 유입이 안 된다”며 “R&D 투자 대비 성과가 부족한 것은 시장 메커니즘이 부재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범부처 기술지주회사 한 곳을 신설하고 액셀러레이터(AC)와 벤처캐피털(VC)을 아우르는 민간사업화전문회사를 지정해 경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정부 각 부처가 징수하는 기술료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미국식 기업성장투자기구(BDC)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R&D 성과를 상용화하려는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에 현재 VC보다 더 투명한 지원 통로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BDC는 자금의 70% 이상을 기업가치 2억5000만달러 미만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다. 대출 또는 우선주 취득 형태로 투자한 뒤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면 법인세를 대폭 감면받는다.

테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면서 미국 내 BDC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아레스캐피털, 허큘리스캐피털, 골드만삭스BDC 등 미 증시에 상장된 주요 BDC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8~14%로 리츠 등 다른 집합투자기구보다 훨씬 높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지난해 9월 공개석상에서 BDC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BDC 도입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등으로 폐기됐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