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큰손 '조·방·인 사랑' 여전했다

외국인·기관 장바구니 보니

한화오션, 외국인 순매수 2위
한화에어로·네이버는 3·4위
트럼프 시대 수혜 기대 반영

하이닉스·삼전 팔던 큰손들
올들어 매수 우위로 돌아서
외국인과 기관이 새해 들어 적극적으로 주도주 쇼핑에 나서며 지난해 연말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해 8월 말 이후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3일 연속 순매수하고 있다. 주로 조선과 방위산업·인터넷 업종을 사들이고, 한동안 계속 팔아치우던 반도체도 다시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외국인 조선, 방산 러브콜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이달 외국인 순매수 2위에 올랐다. 1185억원어치를 샀다. 조선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미국과의 협력 업종으로 언급한 이후 국내 증시 대표주로 떠올랐다. 6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미 해군 함정 건조 문제를 두고 “동맹국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외국인 투자자가 몰렸다. 계엄 이후 경쟁사 대비 낙폭이 컸던 한화오션은 이날만 12.6% 상승했고, 삼성중공업(3.59%) HD한국조선해양(2.67%) 등도 주가가 올랐다.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외국인 순매수 3위다. 순매수 규모는 1038억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작년 2월(6위·2406억원)에서 지난달(3위·1797억원)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종목이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표준 포탄과의 호환성 입증으로 현지 시장 진출 가능성이 커졌고, 인도 정부가 K-9 자주포 추가 도입 예산을 승인하는 등 올해도 주가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미 대선 종료와 함께 주가가 반등한 네이버는 이달 외국인 순매수 4위, 기관 순매수 5위에 올랐다. 미 관세 위협에 영향이 적은 종목이라는 평가를 얻으면서다. 올해 주가도 4.58% 올라 코스피지수 상승률(3.86%)을 웃돌고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수익화 효과도 투자 포인트”라고 짚었다. 외국인은 이달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대표주로 자리매김한 KB금융(7위·273억원), ‘불닭볶음면’으로 신고가 경신을 이어간 삼양식품(8위·263억원)도 계속 담았다. 기관은 아모레퍼시픽(6위·336억원) 등 화장품, LS일렉트릭(10위·224억원) 등 전력기기에도 베팅했다.

○줄곧 팔던 반도체도 매수 전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큰손들의 시선도 올해 들어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 순위에서 각각 1위와 5위, 기관 순매수 순위에서 1위와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외국인 순매도 1위이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변화다. 다만 순매수세가 더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외국인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저평가된 ‘한국’을 산 것”이라며 “외국인 수급 개선과 함께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를 향한 패시브 자금 유입도 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가 몰린 대표적인 업종은 자동차였다. 기관과 외국인은 현대자동차를 각각 548억원, 53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기관 순매도 1위, 외국인 순매도 2위를 나타냈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성장세가 둔화할지 모른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된다”며 “올해는 2세대 ‘팰리세이드’ 출시 등을 앞두고 있지만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원하는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관은 기아를 현대차 다음으로 많이 팔았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