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에 "반가워요" 말 건넸더니…기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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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난제' 풀 열쇠 AI (3) '장애의 벽' 극복파킨슨병은 필연적으로 근육 경직을 부른다. 근육이 굳으니 걷는 걸 포기하고, 안 걷다 보니 근육은 더 경직된다. 악순환이 반복되며 몸 상태는 급속도로 나빠진다. 스위스 기업 매그니스는 여기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신발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을 돕는 제품을 내놓은 것. AI가 신발 주인의 보행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뒤 갑자기 멈추거나 보폭이 좁아지면 진동을 주는 식으로 걸음을 교정한다. 이 과정에서 쌓인 근육 관련 데이터는 치료를 위한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청각장애인이 듣고, 하반신 마비환자는 뚜벅뚜벅…AI가 선물한 기적
청각장애인 'AI 선글라스' 끼면
말하는 사람 옆 문자 창 띄워줘
디스플레이·AR기술 결합된 성과
손가락으로 온몸 통제하는 로봇
인공 무릎·휠체어 내비 등 '주목'
○ 장애인도 듣고, 말하고
7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는 장애에 따르는 어려움을 해소해 줄 AI 기술이 대거 등장했다. AI가 전 세계 10억 명에 달하는 장애인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쓰이는 것이다.미국 스타트업 샌더는 청각장애인용 선글라스를 선보였다. 누군가 말을 건네자 선글라스에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Hello, Nice to meet you)’란 말풍선이 나왔다. 곧이어 ‘제 말이 잘 보이시나요(Can you see what I’m saying)’라고 말하자 선글라스에 띄워진 말풍선이 바뀌었다. AI 기술로 음성을 글로 바꾼 뒤 선글라스 디스플레이에 표출하는 방식이다. 샌더 관계자는 “이 선글라스만 쓰면 청각장애인도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다”며 “AI 덕에 장애를 넘어설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 브레인덱의 ‘블링워치’는 의사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언어장애인을 위해 개발한 스마트워치다. 고성능 마이크, 스피커 등과 함께 장착된 AI가 불분명한 말을 알아들은 뒤 맥락에 맞는 이야기를 스피커를 통해 전달한다.웅진씽크빅의 ‘북스토리’는 발달장애인의 친구다. 책을 펼치면 AI가 페이지에 담긴 내용과 관련이 있는 그림과 소리를 함께 보여준다. 웅진씽크빅 관계자는 “오감을 이용하는 방식인 만큼 발달장애인도 책 내용을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어린아이와 노인의 독서 접근성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셀리코가 내놓은 시각장애인용 AI 안경과 비디랩스의 시각장애인용 AI 웨어러블 기기 등도 장애 경험 해소의 실마리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 ‘이동의 자유’ 주는 제품도 쏟아져
AI가 로봇과 만나 장애인에게 ‘이동의 자유’를 주는 기술도 CES 2025에서 대거 공개됐다. 캐나다 기업 휴먼인모션로보틱스가 그랬다. 이 회사가 부스 전면에 내세운 AI를 장착한 웨어러블 로봇 ‘엑소모션’은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몸 전체를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AI가 이용자 의도를 파악해 로봇을 움직이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상용화되면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도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AI 인공 무릎도 있다. 일본 기업 바이오닉M이 선보인 ‘바이오 레그’는 무릎 아래가 절단된 환자를 위한 제품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막대기에 불과한 의족과 달리 자기 다리처럼 세밀하게 움직일 수 있다. AI가 허벅지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한 대로 관절을 그에 맞게 꺾고 펴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은 국내 스타트업 LBS테크가 선보인 ‘휠AR’에 큰 관심을 보였다.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한 이 도보 내비게이션을 켜면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길과 막힌 길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도심에 있는 언덕과 문턱 탓에 외출을 삼가는 장애인의 애로를 AI가 해결해 준 셈이다. 이 데이터는 장애인 이동성 관련 정책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성상훈 기자/송영찬 특파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