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미래 원픽은…" 젠슨 황 파격 선언에 '관심 폭발'

젠슨 황 "2년 前 챗GPT처럼 로봇 대중화 순간 왔다"

엔비디아 미래는 '로봇 훈련'
"AI로 개발 비용·시간 확 줄일 것"
< 손바닥만 한 개인용 슈퍼컴 “집집마다 고성능AI 쓸 것”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개인용 슈퍼컴퓨터 ‘디지트’를 소개하고 있다. 이날 처음 공개된 디지트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초소형 슈퍼컴퓨터다. 오는 5월 3000달러 안팎 가격에 출시될 예정이다. 디지트 시제품을 들고나온 황 CEO는 “집집마다 디지트를 통해 고성능 인공지능(AI)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로봇산업에 ‘챗GPT 모멘트’(챗GPT가 대중화하기 시작한 순간)가 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새로운 미래 화두로 ‘로봇’을 꺼내 들었다. 황 CEO는 이날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어느 기업이나 손쉽게 로봇을 개발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2년 전 ‘생성형 AI 혁명’을 이끈 챗GTP처럼 로봇 대중화가 임박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전략이다. 엔비디아가 직접 로봇을 제조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로봇이나 자율주행차를 더 쉽게 개발하도록 돕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게 엔비디아의 구상이다. AI 가속기와 서비스 개발용 소프트웨어 ‘쿠다’를 앞세워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플랫폼을 통해 로봇시장의 패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로봇 개발의 가장 큰 난제로 꼽히는 ‘데이터 수집’과 ‘훈련’ 문제 해결에 코스모스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인간과 닮은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현실 생활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려주는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일반 기업이 이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코스모스는 현실과 같은 가상 공간인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로봇이 현실에서 학습하는 것처럼 돕는다. 황 CEO는 “코스모스를 활용하면 로봇 학습에 필요한 시간과 돈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CEO는 세상을 바꿀 또 다른 기술로 AI 에이전트(인공지능 비서)를 꼽았다. 그는 AI 에이전트를 ‘신(新) 디지털 인력’으로 부르며 “많은 기업에서 AI 에이전트가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젠슨 황 8년만에 기조연설…"2000만 시간 영상, 2주면 학습"
초소형 슈퍼컴퓨터 '디지트' 소개…대만 미디어텍 CPU탑재 3월 출시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단순한 학습 방법’이 있었다. 빠르게 학습하는 AI가속기에 온라인에 나도는 뉴스와 논문, 대화 등을 무제한 투입하면, 어느 순간 사람처럼 말하고 쓸 수 있게 된다. 로봇은 다르다. 물리적 공간에서 활동하는 로봇은 손짓 하나부터 걸음걸이까지 하나하나 배워야한다. 로봇을 “차세대 물결”로 지목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로봇 훈련’을 새로운 먹거리로 택한 이유다.

○ 엔비디아, 로봇 대중화 앞장

황 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개한 로봇 훈련 플랫폼 ‘코스모스‘는 현실과 똑같은 ‘디지털 트윈’에서 로봇을 학습시키는 구조다. 실제 자동차 공장 환경을 구현한 다음 로봇을 투입하는 식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 로봇이 작업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코스모스는 2000만 시간 분량의 영상을 14일 만에 정복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을 계기로 첨단 로봇의 대중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황 CEO는 “코스모스는 개발자에게 데이터를 쉽게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며 “개발자를 코스모스를 통해 맞춤형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황 CEO는 로봇의 종류를 AI에이전트,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등 3가지로 구분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퍼즐’인 휴머노이드가 완성돼야 로봇산업이 꽃을 피울 것으로 내다봤다. ‘지식 로봇’인 AI에이전트는 인간의 작업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다.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AI개발 플랫폼 ‘쿠다’를 통해 AI가속기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코스모스를 통해 ‘엔비디아 칩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 개발자 사이에서 업계 표준이 된 쿠다는 엔비디아 AI가속기에서만 작동한다. 코스모스도 엔비디아 제품에서만 작동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 미디어텍과 슈퍼컴 동맹

황 CEO는 AI칩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제 인류의 진정한 공장은 AI데이터센터”라고 말했다.

이날 황 CEO는 초소형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트’도 공개했다. 자사의 차세대 AI 칩 ‘그레이스 블랙웰’을 탑재해 파라미터(매개변수) 2000억개 이상의 AI 모델도 구동할 수 있도록 했다. 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미디어텍이 제작한 중앙처리장치(CPU)가 탑재되는 이 제품은 오는 3월 출시된다.

황 CEO는 일본 도요타와는 ‘자율주행차 동맹’을 선언했다. 황 CEO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웨이모와 테슬라의 성공을 언급하며 “자율주행차 혁명이 시작됐다”며 “차세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도요타와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자율주행차에 엔비디아가 개발한 칩 ‘오린’과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되는 형태다. 황 CEO는 올해 40억달러(약 5조8000억원)로 예상되는 자동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매출을 2026 회계연도에 50억달러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의미다.이날 황 CEO의 기조연설은 시작 3시간 전부터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린 만달레이베이 호텔의 ‘울트라 아레나’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라스베이거스=박의명 기자/송영찬 특파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