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트뤼도, 9년 집권 마침표..."후임 정해지면 총리직 사임"
입력
수정
3월까지 의회 정회 결정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6일(현지시간) 9년 넘게 수행해온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야권 연합의 내각 불신임 추진과 당내 갈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 위협으로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10월 전 선거서 자유당 참패 전망
내부 갈등과 야권 압박에 몰려
트럼프 '관세 폭탄' 이후 위기 본격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뤼도 총리는 집권 자유당이 후임자를 정하는 즉시 당 대표직과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이 나라는 다음 선거에서 진정한 선택을 할 자격이 있다"며 "내부 싸움에 매달리게 된다면 내가 선거에서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라고 말했다. 후임자 선출에 걸리는 시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트뤼도 총리는 오는 3월 24일까지 의회를 정회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선거는 5월 이후, 늦어도 10월 전까지 치러질 전망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이 집권하고 자유당이 참패할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 하원은 원래 오는 27일 회기를 재개해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할 예정이었다.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는 트뤼도 총리와 자유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즉각적인 선거를 요구했다. 그는 "리더십 없이 내부 갈등에 휩싸인 자유당은 나라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폴리에브 대표와의 협력을 기대한다며 두 사람의 관점이 "더 잘 일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론조사 기관 앵거스리드의 샤치 커를 대표는 새 지도자가 자유당의 손실을 줄일 수 있더라도 상황이 여전히 암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10년째 집권 중"이라며 "현재 상황은 너무 오래 지속됐다"고 했다. 헌법 전문가인 필립 라가스는 의회 정회 결정이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며 "더 이상 기다리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트뤼도 총리는 2015년 11월 취임해 9년 넘게 캐나다 총리직을 수행했다. 그러나 고물가, 주택 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으로 국민 불만이 누적되며 최근 2년간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 가운데 자유당은 동맹 세력의 이탈로 정치적 고립 상태에 빠졌다. 중도 좌파 성향의 자유당은 2021년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제3야당인 신민주당(NDP)과 정책 연합을 맺고 협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저그밋 싱 NDP 대표가 정부 불신임안 제출을 예고하며 연합이 깨졌다.
트뤼도 총리를 향한 퇴진 압박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폭탄' 위협 이후 본격화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가 국경 문제와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하면 취임 첫날부터 모든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트럼프 당선인을 찾은 트뤼도 총리가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해 우려하자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는 농담을 건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