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코스피 하반기 3000 넘는다"

상반기 변동성 커져 부진하겠지만
하반기엔 안정세 보이며 상승 예상

증권사들 최고 3200 돌파 점치기도
지수에 투자한다면 2분기 저가매수 추천

낙폭 큰 식음료·문화 컨텐츠 수출주 주목
방산·조선·전력기기 수출 증가 모멘텀
한경DB·Getty Images Bank
‘푸른 뱀의 해’인 을사년(乙巳年)이 밝았지만 국내 증시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작년 상반기 선방하던 증시는 하반기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와 국내 정치 불안, 기업 실적 둔화가 겹치며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상반기는 변동성이 커지며 증시가 부진하겠지만 하반기 들어 안정되는 ‘상저하고’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커지는 한 해에 대처하려면 뱀처럼 유연하고 기민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 을사년 코스피는 ‘상저하고’ 전망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13곳이 전망한 2025년 코스피지수의 연간 변동폭은 평균 2360~2935 사이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코스피지수 종가(2399.49)와 비교하면 최대 22.31% 오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증권사별로 보면 SK증권이 코스피지수 상단을 3206으로 가장 높게 제시했다. 이 밖에도 신한투자증권 3100, 키움증권·대신증권 3000 등이 비교적 높게 제시했다. 가장 상단을 낮게 제시한 곳은 iM증권(2750)이었다.

다수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지수가 상반기엔 부진한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에 반등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수입품에 10~20% 수준의 관세를 매기는 ‘보편 관세’가 시행된다면 물가 상승으로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차츰 영향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긍정적 전망의 근거로 국내 증시의 극단적 저평가와 외국인 자금 및 대기자금 재유입 가능성이 꼽힌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 2일 기준 0.87배까지 내려와 통상 저평가 기준으로 꼽히는 1배를 크게 밑돌고 있다.

외국인 순매도세는 증시 저가 매력이 부각되며 최근 약해지고 있다. 작년 9월 7조4279억원에 달한 국내 증시 외국인 순매도세는 이후 매월 줄어들어 12월 2조8649억원으로 둔화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대기자금도 새해를 맞아 증가하고 있다. 2일 투자자 예탁금은 57조582억원으로 작년 말 54조2426억원 대비 2조8156억원 늘었다.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보편 관세 영향으로 세계 경제는 상반기 부진하겠지만 하반기엔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내년 1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가시화된다면 미국의 소득세·법인세 인하, 에너지 생산 확대를 통한 물가 완화가 오히려 글로벌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통화 완화 정책이 지속되면 경제 전반에 저금리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지수에 투자할 경우 2분기를 저가 매수 시기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 “뱀처럼 유연한 전략 세워야”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유연한 전략을 세우라고 입을 모았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가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업종별로는 하반기 낙폭이 컸던 ‘K푸드’ ‘K드라마’ 등 식음료·문화 콘텐츠 수출 기업이 재차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별로 보면 밸류 부담이 커진 미국 증시보다 적극적 경기부양책이 기대되는 중국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에 필요한 것은 뱀의 감각”이라며 “비싸지면 과감히 차익실현에 나서고, 싸지면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빈틈을 파고드는 테마 업종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양 연구원은 “암호화폐 가격 상승으로 암호화폐 주 이용자인 30~40대 남성 중심의 소비 테마가 활황을 보일 수 있다”며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를 앞두면서 관련 상품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수출 증가 모멘텀이 지속되는 업종이 내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방산·조선·전력기기 등 한국 업체들이 ‘대체 불가’하다고 평가받는 만큼 전반적인 수출 경기 둔화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조선 업종은 작년 3개 분기 연속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웃돌며 매출 증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커졌다”며 “전력기기 업종은 수요가 확대되는데 공급은 모자란 상황이 지속돼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