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희 vs 마동석'…'1등' 두고 기싸움 하는 보일러 회사 [이미경의 옹기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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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경동나비엔
올해도 '특허 전쟁' 이어간다
카본매트도 잇달아 출시
냉방vs주방가전…신사업은 다른 행보
"보일러는 역시 귀뚜라미", "국가대표 콘덴싱 경동나비엔".국내 보일러 시장을 대표하는 두 회사의 광고카피다. 보일러 업계에선 자신들이 대표 기업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광고카피에서 느껴지듯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은 오랜 기간 보일러 시장의 라이벌로 꼽혀왔다. 두 회사가 보일러 판매량 공개하지 않고 있어 '1등' 타이틀을 둘러싼 기싸움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올해는 두 회사의 경쟁이 특히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기술 특허권을 둘러싼 분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귀뚜라미가 자사 특허를 침해한 제품을 판매했다는 내용의 소송을 올해 상반기 중 제기할 예정이다. 경동나비엔이 귀뚜라미를 상대로 신청한 에코 콘덴싱 일부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받아들인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의 특허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을 펼치고 있어 소송 과정에서 두 회사의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귀뚜라미는 지난해 2월 특허심판원에 경동나비엔의 특허권 무효 심판을 냈다. 특허심판원은 경동나비엔의 특허 4개 가운데 2개를 무효로, 1개는 일부 무효, 1개는 특허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귀뚜라미가 이 1개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가처분을 인용했고, 귀뚜라미는 향후 이 1개의 특허도 무효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의 경쟁이 심화하는 배경에는 침체된 국내 보일러 시장 성장세와 연관이 있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1990년대 성장기를 거쳐 2000년대 초 성숙기에 진입했다. 이후 연간 120만~130만대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쟁 전선은 다른 난방제품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고급 온열매트는 대표적인 경쟁 품목이다. 귀뚜라미는 2020년 '3세대 온열매트'로 불리는 카본매트를 선보였는데, 이듬해 경동나비엔이 'DC온열매트' '숙면매트'라는 이름으로 카본매트를 곧바로 출시했다. 카본매트는 구리 열선 대신 카본(탄소) 소재로 발열키는 온열매트다. 온열매트의 단가는 30만~40만원대로 보일러에 비해 저렴하지만 교체주기가 3~5년으로 짧다는 게 기회 요인이다. 최근엔 가스 요금이 오르며 온열매트를 구매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한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개인 맞춤형 난방 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는데다 숙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어 성장성이 있는 시장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신사업 분야의 실적도 올해의 관전포인트다. 난방용품을 제외한 두 회사의 신사업 영역은 사뭇 다르다. 귀뚜라미는 2006년부터 귀뚜라미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 등 냉방공조 기업을 인수하며 '종합 냉난방 에너지그룹'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해왔다. 2023년 말 기준 귀뚜라미그룹 매출 가운데 냉방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달한다. 귀뚜라미는 이를 기반으로 2030년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귀뚜라미가 냉방 기업을 인수하던 시기 경동나비엔은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경동나비엔은 미국법인을 세우고 온수기와 보일러를 본격 수출했다. 2023년 북미 지역 매출액은 6609억원으로 전체 매출(1조3269억원)의 49.8%다. 회사는 올해도 현지 맞춤형 신제품을 중심으로 북미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단 계획이다.
오는 3월 생활환경솔루션 브랜드인 '나비엔 매직'을 출범하는 만큼 주방가전분야 매출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5월 SK매직의 가스·전기레인지, 전기오븐 영업권을 인수해 관련 제품군을 강화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주방가전과 환기시스템을 잇는 실내공기질 관리 솔루션으로 2028년 내수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2023년 말 기준 회사의 내수 매출은 3897억원이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