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를 업무보고라 부르지 못하는 정부 [관가 포커스]

'대통령 놀이' 비판에
자세 낮추는 崔 대행

방탄 벤츠 요구 의혹 등
과도한 비판이란 지적도
"올해는 업무보고라기보다는 주요 현안 해법회의로 운영하겠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8일부터 오는 14일까지 하는 정부 업무보고를 올해는 '주요 현안 해법회의'라는 형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정부가 '주요 현안 해법회의'라는 이름으로 업무보고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정부 업무보고는 새해를 맞아 각 부처와 주요 기관이 대통령에게 지난해 실적과 새 정책 방향, 주요 과제 등을 보고하는 행사다. 정부 정책의 추진 방향을 국민에게 알리고, 대통령이 정책 우선순위를 조율하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연이어 탄핵소추되면서 최 권한대행 중심으로 정부 업무보고가 이뤄지게 됐다.

'주요 현안 해법회의'라는 이름은 최 권한대행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8일 해법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업무보고는 통상적인 업무보고가 아닌 주요 현안에 대한 해법회의"라며 "당면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해 국민들께 보고드리기 위한 자리"라고 했다. 각 부처가 최 권한대행에게 보고하는 자리가 아니라 권한대행을 비롯해 장·차관,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마련한 정책들을 국민에게 보고하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 안팎에선 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가 일각의 '대통령 놀이' 비판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여야 양쪽 모두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놀이를 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일 "국가 원수만 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대행의 대행'이 했다"며 "기재부 장관의 대통령 놀이는 참 한심한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최 권한대행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에 필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권한대행 최상목은 대통령 놀이만 해서 되겠나"라고 했다.최 권한대행도 이런 비판을 경계하며 먼저 자세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일 열린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은 국무위원들에게 "다 상의를 드리겠다. 앞으로 서로 잘 소통하자"며 원팀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헌법재판관 2명을 최 대행이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일부 국무위원들의 비판을 의식해 '소통'을 강조한 것이다.

최 권한대행에 대한 '대통령 놀이' 비판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탄차 요구 의혹'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 출연자는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이 되자마자 대통령 벤츠 방탄 차량을 나한테 배치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를 토대로 야권에선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놀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이밖에 최 권한대행이 한 총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마자 권한대행 명패를 제작했다거나 대통령경호처에 의전을 대통령 수준으로 높여 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무근'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1일 서부 최전방 전선인 경기 김포 해병대 2사단 방문할 때 방탄 벤츠 차량을 이용했는데, 이는 최 권한대행이 요구한 게 아니라 경호처가 안전을 이유로 요청한 사안으로 확인됐다. 최 권한대행은 대행을 맡기 전부터 사용했던 전기차 EV9을 지금도 이용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 부처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적힌 명패, 시계 등 기념품 제작을 지시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