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의대, 교육수준따라 자살률 최대 13배 차이

교육수준이 낮으면 자살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회 경제적 격차가 자살률에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평가했다.

고려대 의대는 기명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2015~2020년 학력별 자살률을 토대로 30~44세 남성 중 최종학력이 초졸 이하인 사람은 대졸 이상인 사람보다 자살률이 6.1~13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국내에서 30~44세 초졸 이하인 남성 집단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015년에 288.2, 2020년 251.4였다. 국내 평균 자살률인 27.3의 10배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고 알려진 캐나다 극지 누나부트 부족 자살률보다 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국내 자살률이 계층 간 격차가 크고,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에서 높게 나타난다고 결론내렸다. 초졸 이하 남성 집단의 높은 자살률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튼의 '절망의 죽음' 이론을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절망감이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자살이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계층 간 차이에 내포되는 사회적 격차와 정서적 전이가 반영된 결과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기 교수팀은 개인의 정신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정신적 고통과 자살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강조했따. 자살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불리함이 실패 낙인이 되고 정신 고통으로 강하게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완충의 장치가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은 가난, 전세사기 등 사회적 위기와 정신건강 문제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도 했다. 사회적 취약성을 고려해 접근해야 자살 격차를 줄이고 전반적인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기 교수는 "한국은 '전 국민 마음투자지원사업' 등 심리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자살 예방을 위해선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행정적 지원이 더 강화돼야 한다"며 "사회적 취약성을 반영한 적극적인 대응이 자살 예방의 핵심으로 이런 정책 과정이 사회적 약자층의 입장에서 존중과 배려로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는 게 필수"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회 과학과 의학(Social Science and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