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급 확 줄어 분양가 상한제 단지 청약 매력 더 빛난다

지난해보다 분양 계획 12% 감소
경제 불확실성에 공급 늦출수도
수도권 중형 빌라있어도 무주택 간주

방배·반포·서초·송파 물량 꽤 있어
노량진·신길·신림·대조동 재개발
고양·양주 대단지 실수요자 관심
한경DB
지난해 서울 등 수도권 청약시장 열기는 뜨거웠다. 11월 서울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3년 만에 세 자릿수(153.8 대 1)를 기록했다.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로또 줍줍’(무순위 청약)이 뜨자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마비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공급 부족 우려, 분양가 급등세에 따른 ‘지금이 가장 싸다’ 심리 등이 겹친 영향이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부족 경고음은 더 커졌다.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인포와 함께 시공능력평가 300위권 건설회사의 분양 계획을 조사한 결과, 지난 2일 기준 올해 총 24만5915가구(47개 업체 답변)가 공급될 예정이다. 작년 계획 물량(27만9826가구) 대비 12% 줄어들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과 공사비 상승 등으로 분양가가 계속 뛰고 있는 만큼 입지 등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제·정치 불확실성이 변수

부동산인포가 지난해 초 2024년도 분양 계획을 조사했을 때 총 27만9826가구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제 분양 규모는 22만7202가구(작년 12월 24일 기준)로 계획 물량의 81%에 그쳤다. 올해는 계획 물량 자체가 지난해보다 10% 넘게 적은 24만5915가구에 불과하다.

계획 대비 실적 비율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작년 4분기 대출 규제에 연말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 정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건설사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까지 분양 시기를 미룰 공산이 크다. 특히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갈등 여파로 서울 정비사업장에서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수요자의 청약 심리는 어떨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당 4720만원을 나타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공급 부족과 분양가 상승세가 복합 작용해 ‘더 늦기 전에 청약받자’는 심리가 확산할 수 있다. 기축 매매·전세시장 흐름과 맞물려 예측해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수도권의 기존 아파트 가격이 한풀 꺾이면서 서울 분양가상한제 단지 중심으로 청약 매력도가 올라갈 수 있다”며 “매매시장 관망세는 전·월세 가격 강세로 연결되는데, 이럴 경우에도 청약통장을 사용해 집을 마련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부터 수도권 중형(전용면적 85㎡·공시가 5억원 이하) 빌라 1주택자가 청약시장에서 무주택자로 간주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청약 수요 확대의 대표적 요인으로 꼽힌다. 대출 규제, 경기 불황 등은 변수로 통한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을수록 자연스레 청약시장에도 찬바람이 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지방 분양시장은 작년처럼 올해도 마땅한 ‘상승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작년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6만5146가구)의 78%(5만652가구)가 지방에서 발생했다. 입지와 가격 경쟁력 등에 따라 선별 청약하는 기조가 더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방배·반포 등에서 ‘알짜단지’ 공급

올해 공급 예정인 ‘알짜 단지’를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선 총 2만1876가구가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선호 지역 물량이 꽤 있다. 당장 삼성물산은 이달 서초구 방배동에서 ‘래미안 원페를라’(1097가구)를 내놓는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1910가구·5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 재건축’(251가구·10월),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1161가구·하반기),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2091가구·미정) 등도 올해 출격 예정이다.

서울 비강남권 단지 중에선 동작구 노량진 재개발 구역이 눈에 띈다. 여의도와 강남, 강북 접근성이 모두 우수한 입지 경쟁력을 자랑한다. 노량진 6구역(1499가구·3분기)과 8구역(987가구·하반기), 2구역(411가구·하반기) 등이 올해 청약을 받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서울에서 올해 공급되는 주요 대단지로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2030가구·6월), 관악구 신림동 신림2구역(1487가구·11월),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2083가구·상반기) 등이 있다.경기도와 인천에선 각각 9만4723가구와 1만9914가구가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올해 1분기 경기에서 분양하는 주요 아파트로는 고양 ‘고양원당 더샵포레나’(2601가구), 양주 ‘양주백석 지역주택조합’(1556가구), 평택 ‘평택 브레인시티 10블록’(1420가구), 김포 ‘풍무역 롯데캐슬’(720가구) 등이 꼽힌다. 인천에선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이 오는 3월 미추홀구 학익동에서 ‘시티오씨엘 7단지’(1453가구)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방에선 부산(2만8515가구), 충남(2만3139가구), 경남(1만2601가구) 등 지역에서 올해 분양 물량이 많은 편이다. 경북(6685가구), 울산(6181가구), 전남(6003가구), 충북(5992가구), 대전(5923가구) 등에선 6000가구 남짓한 새 아파트가 쏟아진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 단지의 선호도는 여전히 높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10대 건설사의 공급 물량(10위권 밖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꾸리는 단지 포함)은 13만1152가구로, 전체의 53% 수준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