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건설 분양한 검단 아파트 입주자모집 '취소'

인천 서구청, 입주자모집공고 승인 취소
법정관리에 떨던 청약자들 활로 열려

지난해 청약을 받은 인천 서구 마전동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투시도. 사진=신동아건설

지난해 중견 건설사 신동아건설이 분양한 검단 아파트에 청약했다가 마음을 졸이던 청약자들이 구제될 전망이다.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12월 청약을 받은 인천 서구 마전동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한다고 8일 밝혔다. 입주자모집공고가 취소되면 청약자들의 청약도 무효가 된다.

앞서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청약자들 사이에서는 청약 통장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됐다. 사업 주체인 신동아건설이 지난 6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인회생(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신동아건설은 최근 사업장에서 미분양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12월 60억원 규모 어음을 상환하지 못했다.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는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청약을 받았다. 669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이 아파트에는 특별공급에서 51명, 일반공급에서 313명이 지원했는데, 대부분 유형에서 미달이 발생했기에 364명 가운데 40여 명을 제외한 320여 명이 전날 당첨자 발표를 통해 당첨자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인천 서구 마전동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조감도. 사진=신동아건설

그러나 갑작스런 건설사 법정관리 신청에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사업 일정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던 청약자들도 불안에 떨어야 했다. 청약자 대부분이 당첨자로 전환될 예정인데다, 당첨자가 된 다음 계약을 거부하면 청약 통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당첨자는 "내 집 마련을 위해 겨우 청약을 넣었더니 이런 일이 터졌다"며 "모델하우스 등에 문의해도 어찌 될지 알 수 없다는 답변만 한다. 한 치 앞이 보이질 않는다"고 절망감을 드러냈다. 다른 당첨자는 "저가점자라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청약을 넣었는데 통장만 잃게 생겼다"며 "통장을 날리지 않고 계약 안 하는 방법은 없느냐"고 토로했다.

일부 당첨자는 "파밀리에를 떼고 엘리프만 붙어 완공하지 않겠느냐"며 신동아건설과 컨소시엄을 맺은 계룡건설산업이 단독으로 사업을 이어가길 희망하기도 했다. 계룡건설산업은 지난해 시공 능력 평가에서 17위에 오른 건설사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청약 결과가 부진했던 만큼, 단독 사업으로 추진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관할 지자체인 인천시 서구청은 전날 신동아건설이 신청한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입주자모집공고 승인을 취소했다. 입주자모집공고가 취소되면 청약통장 사용 내역이 사라진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서는 이미 해당 아파트 청약에 대한 기록이 소거됐다. 청약자들이 바라던 대로 계약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사진=신동아건설

인천시 서구청 관계자는 "입주자모집공고 승인이 7일 취소됐다"고 말했다. 신동아건설도 "사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첨자를 발표하면 혼란과 우려가 클 수밖에 없어 청약자 구제를 위해 분양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지는 향후 분양 절차를 다시 밟을 예정이다.

반면 신동아건설이 비슷한 시기 분양한 평택시 고덕동 '고덕 미래도 파밀리에'는 그대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장은 모아종합건설이 공동 시공을 맡은 후분양 단지로, 공정률이 70%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모아종합건설이 책임시공을 할 계획이고 준공도 가까운 만큼 청약자들의 불안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한편 신동아건설은 지난 6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시공 능력 평가 58위에 오른 중견 건설사로, 1985년 아시아 최고층 빌딩인 '63빌딩'을 시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파트 브랜드는 '파밀리에'다.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워크아웃에 돌입했다가 2019년 졸업했다. 이번 사태로 신동아건설은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지 약 5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