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겠네" 비명 지르는데…주가 고공행진에 조용히 웃는 기업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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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일렉, 목표가 줄상향전력기기 기업 HD현대일렉트릭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 내 인공지능(AI) 구동을 위한 데이터센터 증설이 잇따르면서 변압기 수요가 급증하고 고환율까지 맞물리자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다. 증권사들은 앞으로도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해 목표주가를 일제히 높여 잡고 나섰다.
수주 경쟁력에 고환율 수혜
지난해에만 주가 365% '급등'
美서 데이터센터 증설 잇따라
변압기 수요 늘며 수익성 개선
1500원 육박한 환율 수혜 기대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이날 오후 1시30분 현재 전일보다 2500원(0.63%) 오른 40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 최근 한 달간 12.3% 뛰었고, 지난해에는 364.7%나 치솟았다. 기관투자가가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기관은 최근 한 달간 HD현대일렉트릭 주식 85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개인들은 13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는데,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개인들은 HD현대일렉트릭에 투자해 평균 두 자릿수대의 수익률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HD현대일렉트릭 투자자 총 3318명의 평균 매수가는 29만975원으로, 평균 수익률 38.16%로 집계됐다.
북미 지역의 고압기기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 시장에서 HD현대일렉트릭의 매출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 실적 증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 잔고 중 북미 지역 비중은 60%로 추정된다. 북미 지역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6% 수준으로 파악된다.
특히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태양광·풍력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지속 증가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전력 수요 급증으로 당분간 변압기 수요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여기에 더해 최근 고환율이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으로 1400원을 넘어선 후 비상계엄에 따른 정국 불안에 지난달 148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9년 3월 후 15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까지도 원·달러 환율은 1450~1460원대를 유지하면서 달러 강세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증권가에선 HD현대일렉트릭의 목표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달 HD현대일렉트릭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NH투자증권(41만원→50만원) △신한투자증권(44만원→50만원) △상상인증권(목표가 48만원→50만원) △LS증권(50만원→56만원) 등 4곳 모두 목표가를 높였다. 이들이 추정한 HD현대일렉트릭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2158억원을 최대 10.1%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 초고압(EHV) 변압기 투자 완료 등을 감안할 때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4분기 EHV 이하 전압의 전력기기에서도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업황 호조가 지속되고 있고, 이에 따른 실적 고장성은 물론 글로벌 동종업체 대비 성장성과 수익성 등 펀더멘털(기초체력) 지표도 대폭 우위에 있다"며 "이런 점을 적용한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 프리미엄이 합당한 점을 감안할 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여전히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